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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지호
작성일
2007-06-24
제목
소통(疏通)이 되십니까?
소통(疏通)이 되십니까?
일산 대화동 살림교회/ 담임목사 김지호
어떤 중년 남자가 이비인후과 의사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아내가 남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걱정 된다고 말을 했습니다. 귀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 친구가 그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얼마나 안 좋은지 가서 한번 실험을 해 보게”
그래서 그날 저녁, 아내가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친구 의사가 알려준 대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우선 아내 뒤 10미터쯤에서 아내를 불렀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7미터쯤에서 불렀습니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다시 3미터 뒤에서 불렀습니다.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바로 뒤에 가서 아내를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뒤를 휙 돌아보며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왜 그래요? 세 번 씩이나 대답을 했잖아요.”
우리 가정은 어떨까요? 우리 공동체는? 우리 사회는? 서로 잘 알아듣습니까? 소통이 잘 되십니까? 소통이 안 된다면, 누구의 귀가 막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아니고 아내 귀가, 남편 귀가, 아니면, 우리 애들 귀가 잘못 되어 있다고 의심하십니까?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여러 종류가 소통하며 살고 있습니다. 소통을 해야 살 수 있습니다. 소통이 안 되면 고통을 받게 됩니다. 우리는 매일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움직입니다. 여러분이 매일 느끼시는 교통난, 이것은 소통이 안돼서 고통 받는 경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좀 지저분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변비 이것도 소통이 안 되서 고통 받는 경우입니다. 안 겪어 보신 분은 잘 모르실 것입니다. 아주 힘이 듭니다. 먹었으니까, 내 보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소통이 안 됩니다. 정체되어 있습니다.
돈도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한 곳에 정체되어 있으면, 그 경제는 어딘가 병이 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름대로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자연도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사실, 자연은 서로 소통을 하며 존재합니다. 식물들이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대기와 소통을 하고, 벌과 꽃이 소통을 하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태풍이 부는 것도 지구 환경으로 볼 때는 유익한 소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딘가 한군데가 막히면, 지구는 큰 몸살을 앓습니다. 자연은 서로 정교하게 짜여진 소통의 네트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요즘 사람들 서로 소통하려고 난리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 없이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답니다. 그들이 날리는 문자는 “무제한”입니다. 인터넷, 이것이야 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첨단의 소통기구입니다. 여기서 채팅에, 메일, 싸이에, 블로그에... 앞으로는 이런 소통의 도구들이 어떻게 더 진화해 갈지, 아마 상상할 수 없는 차원으로 까지 발전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엄청난 소통의 시대에 엄청난 양의 정보들은 소통이 되는데, 막상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소통이 되고 있을까요? 의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진정, 마음과 마음을 나누어지는 깊은 소통이 가족이나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많이 있을까요? 부부사이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형제와 자매 사이에, 친구와 친구 사이에 그런 소통이 있을까요? 휴대폰과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쌍방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 사람들은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요? 인터넷과 첨단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하나씩 차고 다니면서 사람들은 실은 정에 굶주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런 것들에게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우리 사회는 매우 양극화 되어 있습니다. 또 이념도 대립적입니다. 신문기사에 난 글의 댓글을 보다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참 삭막해져 있음을 느낍니다. 소통하려 하기 보다는 쳐내고, 열려 하기 보다는 밀어내려는 기운이 더욱 셉니다. 정치, 경제 쪽은 더더욱 답답합니다. 소통이 안 되면 답답해집니다.
우선, 심호흡을 깊게 해봅니다. 내 몸이 밖의 공기와 시원하게 소통이 되도록 하고 나서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내 몸이 내게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내 마음엔 어떤 느낌들이 기죽어 눌려 있는지, 깊게 만나봅니다. 그래서 희·노·애·락의 감정이 내 안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도록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시킵니다. 내 안에 있는 눈물, 내 안에 있는 아픔을 가만히 안아 줍니다
.
내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만납니다. 그들이 말없이 짓는 표정, 몸짓에서 그들의 마음을 만납니다. 그들의 말의 내용보다 그 말에 묻어 있는 느낌을 만납니다. 그리고 나의 느낌을 솔직하고 담백하고 뒤통수치지 않고 바로 전해 줍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니, 눈물도 나오고, 욕도 나오고, 웃음도 나오고, 아픔도 나옵니다. 그래서 시원합니다. 여러분은 소통이 잘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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