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꽃밭
무더운 더위와 지루한 장마가 반복되어 힘들던 여름이 끝나 가는 8월의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남편 미카엘과 함께 구파발에 있는 꽃집으로 서둘러 길을 재촉했습니다. 한울타리 가족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드리려는 계획으로 몸도 마음도 들떠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꽃집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있는 골목을 들어서니 예쁜 꽃들이 풍성하게 길을 메우듯이 놓여있었죠. 이쪽 꽃을 보아도 예쁘고 저쪽 꽃을 보아도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잠시동안 꽃들에 둘러싸여 흠씬 취해있으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미카엘과 함께 살 꽃을 이리저리 고르며 마치 정원사라도 된 듯 머릿속에 꽃밭을 상상하여 색깔과 모양을 어떻게 조화를 시킬까 궁리하였습니다. 눈에 가득히 들어오는 노란색국화가 방끗이 웃으며 반기는 것 같았습니다. 국화, 페추니아. 베고니아를 뒷 트렁크에 가득 싣고, 같이 봉사해줄 구역식구 작은 미카엘, 겔라시오 형제 님들과 함께 한울타리 가족이 사시는 연희동으로 향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하며 댓돌을 구르듯이 뛰어내려와 인사를 하는 막내와 부끄러움을 타지만 반가움을 웃음으로 대신하는 아이들이 눈에 선했습니다. 마침 아이들은 수련회에 모두 가고 원장님 혼자 계셨습니다. 그런데 4월에 손보아 심어드렸던 금잔화, 채송화, 베고니아, 영산홍이 긴 장마 끝이라 1년초들은 다 비에 녹아서 몇 포기만 살아있고 담장이 넝쿨, 호박넝쿨 그리고 잡초가 개나리와 영산홍 위로 우거져 1년초들은 그들에 가리워져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순간 우리가 그동안 꽃밭을 돌보아주지 못한 무관심함에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가위로 아쉬운 대로 넝쿨들을 걷어내기 시작하였고, 겔라시오 형제님께서는 그 큰 덩치에 땀을 뚝뚝 흘리시면서 열심히 자르고 뽑고 하셨고, 작은 미카엘은 장독대 위 수세미 넝쿨을 한가닥 한가닥 풀어서 자르고 계셨습니다. 넝쿨들과 잡초들을 거두어내니 마당이 훤해졌고 그 자리에 노랑 빨강 흰색의 꽃들을 영산홍 사이사이로 심으니 집에 돌아와 기뻐할 우리 아이들 하나 하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꽃들도 잠시만 무심하여 물을 주지 않거나 잡초를 뽑아 주지 않으면 금방 엉망이 되는데 아이들 8명을 손수 하나 하나 돌보며 생활하시는 원장님 사랑의 손길이 얼마나 소중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밭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니 우리 모두가 대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은 미카엘은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띠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두시간 정도 보살핀 꽃밭은 전과 아주 다른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봉사를 하러 왔지만 오히려 더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하루였지요. 그리고 작지만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꾸준히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장님의 따뜻한 배웅을 뒤로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사랑하는 한울타리 가족 아이들아!
우리 모두가 꽃밭에 물을 주며 가꾸듯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너희도 이웃과 친구들에게 사랑의 꽃밭을 가꾸어 줄 수 있는
아이들로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바란다."
내추럴 하우스 대표 이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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