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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순형
작성일
2004-06-27
제목
영화 "바그다드 까페"를 보셨나요?
바그다드위즈 대표 임순형
바그다드는 이라크의 수도입니다. 영문으로 Baghdad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8세기 말에서 9세기경에는 당(唐)나라의 장안(長安),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급 대도시가 되어, 인구도 200만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해륙의 통상로가 그곳에 집중되고 아프리카·아시아·북유럽 등지의 물자의 집산지가 되어 막대한 부(富)가 축적되었고, 또 이슬람 문화의 대중심지가 되어 학문·예술의 꽃이 피고, 세계 최고급의 학원(學院)·병원 등도 이곳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여성 영화로 손꼽히는 퍼시 애들런(percy adlon) 감독의 <바그다드 카페>. 국내 개봉당시에는 채 일주일도 안되어 간판을 내리는 수모를 당했지만 비디오 출시이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TV 영화로도 몇 번 상영되었던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영화 <바그다드 까페>의 배경이 이라크 바그다드일까요? 아닙니다. 미국 라스베가스와 디즈니랜드의 중간지점인 모하비사막이 이 영화의 공간입니다.
독일 시골에서 미국으로 관광여행을 온 문슈테드나 부부는 디즈니랜드에서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도중 서로 다투게 됩니다. 남편은 볼품 없는 중년의 아내 야스민(Jasmin)을 사막 한가운데 혼자 버려두고 냉정하게 차를 몰고 떠나버립니다. 이 때 주제곡‘너를 부른다(Calling you)’가 흐르며 황량한 사막을 애절하게 표현합니다. 무거운 트렁크를 끌듯이 들고 정처 없이 걷다가 도착한 곳은 허름한 주유소와 모텔이 있는 바그다드 까페......
두툼한 코트를 껴입고 한 손에 커피포트를 든 우스꽝스러운 이 독일여성은 뒤뚱거리며 멀리 보이는 <바그다드 까페>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 때 그 까페의 여주인 브렌다는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사막만큼 황량하고 삭막한 가슴과 거친 일상에 지쳐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그다드 까페>의 여주인 브렌다는 어른들 표현을 빌리자면 복 없는 여자입니다. 게으른 남편은 집을 나가고, 바람난 딸은 놈팽이들과 돌아다니고, 음악을 하는 아들은 매일 피아노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인과 마찬가지로 <바그다드 까페>에 있는 것은 고장난 기계들과 오갈 데 없는 삼류 인생들만 있습니다. 왕년에 헐리우드 엑스트라였고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데비, 문신을 새겨주는 말없는 여인, 그리고 인디안 요리사와 보안관, 이들은 결코 풍요와 화려함으로 표현되는 미국의 중심적 문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아웃사이더들입니다.
그러나 소위 매력적이거나 늘씬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야스민(Jasmin)은 특유의 친근감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바그다드 까페>의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서툴지만 혼자서 익힌 마술 솜씨로 카페를 찾은 손님들 앞에서 묘기를 보여주고 덕분에 한적했던 <바그다드카페>는 매일 북적거리게 됩니다. 주인 브렌다의 아들은 어머니의 구박을 받지 않으면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되고, 야스민(Jasmin)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건너왔던 사막과 같은 삶의 황폐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야스민(Jasmin)은 <바그다드 까페>손님들에게 까페마술사일뿐만 아니라 <바그다드 까페>라는 작은 사회를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화시킨 이 시대의 바그다드 마법사인 것입니다. 아무도 그‘뚱뚱한 부인’이 황량한 사막지대를 오아시스로 바꾸어줄 바그다드의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투박해 보이던 야스민(Jasmin)이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으로 변신하는지 확인해보기 바랍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여성미에서 벗어나서 풍요와 생명의 상징으로서 진정한 여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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