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노부부, 부모처럼 돌본 `친절한 경비 아저씨`
[파이미디어 2005.12.12 09:18:07]
병마에 시달리는 노부부를 모셔다가 10년 넘게 친부모처럼 보살펴온 이가 있다.
24년째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권오채씨. 따뜻한 성품의 권씨는 이웃들에게 호인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어려운 사람에겐 늘 관대하다.
권오채씨는 1992년 생전 자식도 일가친척도 돌보지 않아 외롭게 병마에 시달리던 김향규, 박춘자 노부부를 한 지붕 아래로 모셔 왔다. 할아버지는 한 쪽 눈 실명에 중풍장애를, 할머니는 셈을 못하고 길도 자주 잃어버렸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상생활이 여의치 않은 두 어르신이었다.
변두리에 사는 권씨네는 자동차가 없어 병원에 다니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생판 모르는 노부부를 모셔온 데에는 부모를 일찍 여윈 권씨의 속마음이 담겨있었고, 이러한 남편의 의중을 헤아리는 아내의 지혜가 필요했다.
권씨는 “집사람과 애들의 동의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지만 오리려 제 부모보다 더욱 정성껏 모셔온 가족들이 고마울 뿐”이라며 말을 돌렸고, 아내 이덕자씨는 “사람된 도리로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겸손하게 덧붙였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노부부와의 생활은 10년 세월로 이어졌고, 지난 2001년 완전실명으로 건강이 악화된 할아버지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권씨는 집에서 김향규 할아버지의 장례를 손수 지내며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했다.
아직도 이들 곁에는 박춘자 할머니가 살아 계신다. 자식처럼 곁에 두고 늘 안색을 살피는 권씨 일가가 있어 할머니의 건강은 날로 호전되고 있다. “손수 빨래도 한다”는 할머니는 요즘 동네 마실로 바쁠 정도다.
“건강하게 편히 사시다가, 편안하게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역사적인 유물이 된 세상, 생판 모르는 노부부를 모셔다 보살펴온 권오채씨의 발걸음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자료제공 = 아산사회복지재단)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