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마다 ‘약 대신 고기반찬’ 나눠주는 약사
[파이미디어 2005.11.16 09:52:09]
“보약이 따로 있나요, 밥이 보약이지요.”
매월 둘째, 셋째 수요일이면 약을 사러 오는 손님보다 다른 손님이 더 많은 약국이 있다. 이웃의 저소득가정에서 밑반찬, 고기반찬을 타러 이곳을 찾는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노은영씨의 약국은 이렇게 격주로 수요일마다 약손님보다 더 반가운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노씨가 반찬을 만들어서 나눠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한 독학생의 죽음을 보고난 뒤다. 한 해는 일하고 한 해는 복학해서 공부하던, 참 열심히 사는 학생이었는데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곳에서 30년을 살았고, 15년째 약국을 운영하면서 “이웃에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그는 이제 마음이 조금은 편하고 사는 일도 조금은 더 즐거워졌단다.
“아빠가 반찬을 받으러 오면 아이를 칭찬하고 아이가 오면 아빠를 칭찬했어요. 그러니까 차츰 아이와 아빠 사이가 좋아지더군요. 반찬 덕에 가정의 화목을 지킨 일도 있죠.”
그가 만들어 놓은 반찬통엔 늘 소나, 돼지, 혹은 닭고기 등 반드시 고기가 들어간다. 반찬 자원봉사를 시작했던 이유가 원래 영양을 챙겨주는 것이라 그렇다.
“힘들어도 먹을 걸 잘 먹으면 된다”며 먹는 일을 강조하는 그는 약사답게 ‘백약보다 좋은 건 밥’이라고 강조한다. 잘 먹으면 문제없을 일이 그렇질 못해서 일이 커진다는 것이다. 건강이나 생활이나 먹는 게 최고라는 것이다.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반찬을 만들어주는 덕에 맘 편히 자원봉사를 나서게 됐다”며 공을 미루는 노은영씨의 얼굴에서 잘게 웃음이 번진다. 만들지 않은 진짜 웃음이 퍼진다. (자료제공 = OK! SK 캠페인 사무국)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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