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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5-10-17
제목
`주변의 소중한 것` 일깨운 `특별한 유언`
`주변의 소중한 것` 일깨운 `특별한 유언`
[파이미디어 2005.10.17 09:14:05]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하지 마십시오. 좋은 생각을 한다면 그대로 하십시오. 나쁜 생각을 내 의지대로 실행한다면 용감한 사람일 수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같이 불행해지고 같이 슬퍼집니다. 같이 비참하지 맙시다.”
자살 시도 끝에 전신 화상을 입고 살아난 박현성(36)씨의 유언이다. 16일 방송된 ‘SBS 스페셜’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섰거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미리 남긴 유언을 카메라에 담았다.
방송에 따르면 젊은 시절 복서 유망주였던 박씨는 한때 어둠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때 박씨 아킬레스건을 잃고 절망감에 온 몸에 기름을 얹고 불을 질렀다. 3년 6개월의 투병생활을 견딘 그는 아내의 지극한 간호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죽음에서 살아난 그는 과거의 삶을 반성하며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
‘지선아 사랑해’란 책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이지선 (27)씨는 지난 2000년 자동차 6중 추돌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포기했지만 그는 살아났고 불굴의 의지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현재 보스턴 대학원에서 재활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씨는 그 힘든 과정을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긴 인생은 아니지만 살면서 내 모습과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이 중요하고 영원할 것으로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게 없어졌더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그게 정말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립선 말기 암 환자인 효광스님(54)은 죽음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 남들처럼 결혼을 했고 일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고, 느닷없이 암선고를 받았다. 그때 귀의한 종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일깨워줬다. 산사에서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때가 되면 알 것이라며 삶과 죽음에 조급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그는 죽음을 조금 일찍 맞는 자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정신 좀 차리라”고 말했다.
“사람답게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신 좀 차리라고요. 사회 구석구석에 불합리한 구석이 없는 곳이 없어요. 맑은 데가 없어요.”
이외에도 방송은 4년 전 간경변으로 기적처럼 살아났던 가수 박일준, 늘 생명을 위협에 맞서 살아온 산악인 엄홍길 , 말기 암 환자 역을 맡아 죽음이라는 주제로 연극 ‘위트’를 공연한 윤석화의 유언도 함께 전했다. 특히 동료들의 숱한 죽음을 목격했고, 그 자신 또한 사선을 넘나들었던 엄홍길은 죽음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우린 죽음에 대해서 또 다른 세상이라거나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거예요. 멀리 떨어지고 특별한 세상이 아니라는 거죠.”
죽음 앞에 섰거나 다가갔다 되돌아 온 자들이 ‘내 생애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었던 말’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먼 것을 쫓기보다 지금 가진 행복들을 더 소중히 여기라는 것, 죽음과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었다. 결국 잘 죽는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잘 사는 과정임을 이날 방송은 말해주고 있었다.
한편 방송 후 네티즌들은 죽음을 통해 삶을 소중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나와 함께 이 시대를 만들어오면서 갖은 삶의 애환을 다 겪었던 우리사회의 모든 각계계층의 인생들이 있기에 저는 감히 이 방송을 보고서도 작게나마 지금까지의 삶이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summersun)[TV리포트 진정근 기자]gagora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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