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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5-10-17
제목
아버지의 사랑으로 활짝 핀 `아들의 이웃돕기`
아버지의 사랑으로 활짝 핀 `아들의 이웃돕기`
[파이미디어 2005.10.17 09:38:08]
“보여줄 것도 못 되는데....”
그는 입금내역이 빼곡히 적힌 통장 꺼내기를 끝까지 부끄러워했다. 2004년, 장애청소년과 장애인자녀를 돕고 싶은 마음에 혼자 장학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5천 원씩 모아온 약사 윤영삼씨(56, 동두천). 사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지체장애 3급)이다.
3살 때 갑자기 찾아온 골수염으로 장애인이 된 윤영삼 씨에게 ‘배움’이란 의미는 각별했다. 동두천이 거주지인 이유로 11년간 서울로 통학했다. 걷지 못하는 자신을 6년간 매일 자전거 뒷좌석에 자신을 태워 통학을 시켜주시던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이 멘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는 “몸이 건강한 사람은 배우지 못하면 몸으로 하는 일을 하면 되지만 너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은 배우지 못하면 세상을 살아나가기 힘들다”며 용기를 주셨다.
수술도 시도해봤지만 끊임없이 재발하는 다리 통증은 걷기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한때,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어 양손을 무릎에 얹고 다리를 붙잡고 다녀 온 손에 굳은살이 생겼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아들의 굳은살을 눈물로 직접 잘라내 주시며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용기를 주셨다. 지금은 불편하지만 힘겨운 걸음이나마 걸을 수 있게 된 윤영삼 씨는 이 모든 것이 아버지가 주신 희망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부터 생긴 메모습관을 찾아 볼 수 있는 윤영삼 씨의 수첩.
공고를 나왔기에 약대진학을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교과서를 매일 베끼며 공부했다. 지금의 남다른 메모는 학창시절 공부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결국, 강한 의지로 약대에 입학할 수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직접 학교로 찾아가 “장애인도 아무 문제없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약속까지 받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학 할 때 받았던 갖은 설움을 아들에게 다시는 받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 동두천에서 서울까지. 윤영삼 씨가 대학시절 내내 6시간이 넘는 통학시간을 불편한 몸으로 버텨낸 것은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을 한 시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졸업반 시절, 당당히 약사국가고시에 합격했고 20대의 나이에 약사 일을 하며 본격적인 봉사를 시작해 30년간 봉사의 삶을 살아왔다. 불편했던 몸 때문에 쉽지 않았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장학회 저금을 위해 약국 문을 여는 아침마다 미리 5천원을 통장사이에 끼워놓는다. ‘봉사란 남는 여력으로 하는 것도, 한시적인 것도 아닌 삶 자체가 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일상에서 조금 아끼는 한이 있더라도 매일 5천원의 저금만큼은 거르지 않았다. 불편한 몸을 생각해 주는 고마운 금고 여직원은 퇴근길에 들려 통장에 기입내역을 적고 저금을 받아 간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정성이 100여명의 청소년의 학업을 위해 지금까지 쓰였다.
횟수로 5년째 ‘작은 사랑 나눔회’ 가족들과 매주 독거노인과 불우청소년에게 나눌 반찬을 만들고, 보육시설을 찾아 사랑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에게 생일잔치를 열어주는 윤영삼 씨는 “저희 나눔회 회원 중에는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어려운 회원들도 봉사 하고 있습니다. 봉사는 돈만 가지고 하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저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제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며 겸손해했다.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은 ‘아들’이라는 꽃으로 피어 사회 구석구석에 사랑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파이뉴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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