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쉼터' 만든 유방암 박사
[조선일보 2005.08.29 19:01:02]
안세현 교수, 사재들여 48평 아파트 전세내
"같이 밥 먹고 잠도 자면서 즐겁게 지내면 유방암이 금세 완치될 것 같아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인근의 신아아파트 601호. 아산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유방암 환자 8~9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쉼터 이름은 ‘새순의 집’, 싹이 새로이 돋듯 유방암을 극복하자는 뜻이다.
29일 오후 7시. 새순의 집 부엌에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손이 분주했다. 옹기종기 모여 수다떨면서 찬을 준비하는 모습은 여느 아주머니들과 같지만 다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져 모자를 쓰고 있거나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다. 유방암 수술 후 아산병원에서 항암제를 맞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다.
7월 4일 문을 연 ‘새순의 집’은 이들을 치료하는 아산병원 유방암 클리닉의 안세현(安世鉉·48·사진) 교수가 사재를 털어 마련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유방암 수술을 1033건 집도했다. 국내에서 유방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외과 의사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안 교수는 서울에 연고가 없는 지방환자들이 한 번에 5~7일 걸리는 항암치료나 6~7주 걸리는 방사선 치료를 위해 여관, 고시원을 전전하는 것을 보고 이들을 위한 쉼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안 교수는 병원 부근에 48평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 집주인도 안 교수의 뜻을 알고 시세보다 2000만원이나 할인해 1억7000만원에 내놓았다. 안 교수는 1억4000만원을 대출받아 유방암 환자 모임인 ‘새순회’에 쾌척했다. 나머지는 새순회와 개인 후원금으로 채워졌다. 쉼터 운영비와 관리비는 환자들이 나눠낸다. 가구는 기증받았거나 중고품으로 마련했다.
정애숙(54) 총무는 “나이 어린 환우는 나이 많은 환우를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가족처럼 지낸다”며 “여기를 거쳐 간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잊지 않고 연락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octor.chosun.com])
(고유선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