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 공부방`에 화재...갈 곳잃은 아이들
[파이미디어 2005.08.29 12:34:04]
지난 24일 새벽, 인천 동구청에서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운영되는 인천 동구 송림 1동 한 어린이 공부방이 전기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전소돼 배움터를 잃은 아이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불이난 `푸른나무 교실` 공부방은 관내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가정이나 저소득 맞벌이 부부 자녀 등 극빈층 가정의 아이들이 방과 후 공부하는 곳으로 현재 스물 두 명이 5년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수급대상자 자녀의 경우 편부, 편모가 많거나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고 저소득 가정 또한 수급대상자는 아니지만 이들 못지않게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공부방 상근교사인 조선애 선생(26)은 "인천 동구엔 결손가정 아이들이 매우 많고, 공부방에 맡기지 않으면 생활이 곤란한 부모가 많다."며 "불타버린 공부방만 보면 속이타고 눈물만 나올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씨는 이어 "한번은 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이 일곱살 된 초등생 1학년 아이와 조부모님을 모시고 이곳에 함께 찾아왔는데 조부모가 문맹이어서 아이도 한글을 모른 채 입학해 이곳 공부방에서 보살펴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원래 30평의 규모의 놀이방에 15명 정도 수용하면 적당하지만 이처럼 딱한 아이들을 모른 체 할 수 없어 자꾸 받아들이다 보니 현재 스물 두 명이 됐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현재 아이들은 인천 동구 청소년 수련관에 임시로 모여 공부를 하고 있지만 수련관 건물에 자체 일정이 있어 이에 따라 장소를 옮겨가며 공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동안 구청에서 나오던 운영비 지원이 불투명하게 된 것.
조선애 선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부방이 전소돼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는 규정상 운영비 지급이 힘들다"는 구청 측의 답변을 들었다고 밝히고 "그래도 다른 곳에서 수업도 하고 급식도 하는 등 거의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운영비가 안나오면 당장 어떻게 운영하냐"며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조씨는 또한 "이번 주 중에 구청장 면담도 해 볼 생각이고 구청 담당직원도 시청에 얘기해서 지원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는 있는데 이번 사항은 관련 지침뿐 아니라 전례 없던 일이라 새 공간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운영비 지원이 힘들 것 같아요."라며 또 한번 암담한 현실을 토로했다. 불이 나 모든 것을 잃은 것만 해도 속상한데 운영비까지 끊긴다면 너무나 막막하다고 조씨는 사정을 거듭 호소했다.
불이 난 공부방 건물은 30평 정도의 낡은 상가 건물 3층으로 비가 새고 노후화 된 곳이 많아 지난해 8월 옥상 방수 공사와 함께 전기 안전점검을 받는 등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꽤 많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워낙 낡은 건물이어서 이번 화재사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지난 8월 `삼성 희망의 공부방 만들기 지원 사업`때 다른 공부방에서는 컴퓨터나 책, 책상 등을 구입할 때 이곳 푸른나무 교실 공부방은 다른 문제보다 비를 피하기 위한 시설공사에 주력하는 등 워낙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었다고 조씨는 밝혔다. 그렇게 시설을 고친 뒤 새 컴퓨터 두 대를 구입한 것인데, 이번에 불에 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구에서 지원되는 운영비 또한 충분치 않다고 조씨는 밝혔다. 현재 조씨와 함께 두 명의 상근 교사 월급은 60만원. 부족한 운영비로 절약할 수 있는 건 오직 인건비뿐이다. 지원비만으로는 부족해 후원회 후원금으로 간신히 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곳 관내에는 각 구별로 `작은 학교 연합회 캠프`로 10개의 무료공부방이 운영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낡은 상가건물이나 반지하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조씨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라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볼 때 무척 속상하다"며 "비단 우리 공부방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파이뉴스 윤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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