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없으니 몸이라도 나눠야죠"
생면부지 남에게 대가 없이 신장 기증 인천 새생명교회 김근태씨
인천=최재용기자 jychoi@chosun.com/입력 : 2005.02.04
▲ 생면부지의 남에게 장기를 기증한 김근태 집사와 부인 이영순씨.
“어려운 사람을 돕고는 싶은데 제가 가진 것이라곤 몸뿐이라서….”
50대의 한 개척교회 집사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 생면부지의 남에게 장기를 기증한 김근태 집사와 부인 이영순씨.
주인공은 인천 남동구 간석동 새생명교회의 김근태(52) 집사. 지난달 13일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수술을 끝내고 현재 회복을 위해 통원 치료 중인 김씨는 내세울 만한 일이 아니라며 거듭 인터뷰를 거절하던 끝에 “건강하게 살게 된 것만도 감사한데 이렇게라도 이웃을 돕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가 신장을 기증키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 평소 언론 등을 통해 장기를 기증받지 못한 환자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던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죽은 다음에 장기를 기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남은 세월이 너무 긴 것 같더라구요.”
같은 교회의 전도사이기도 한 부인 이영순(53)씨는 남편의 이런 결정을 처음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왜소한 체격에 경제적인 형편도 좋지 않아 지난 2년여 동안 대학셔틀버스 기사로 일해온 남편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는 데다, 나이 드신 시어머니에게 큰 걱정을 끼쳐드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도 무척 고민했고, 남편 생각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자신도 힘든 처지에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사랑을 베풀겠다고 하는 남편의 결심을 막아버리자니 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죄스럽더라구요.”
결국 동의를 얻은 김씨는 국립의료원에서 소개해 준 길병원을 찾아갔다. 장기 이식에 앞서 필요한 각종 검사비 130만원도 자기 돈을 들여 해결했고, 신장을 기증받을 사람과 수술 일정을 맞추기까지 5~6차례나 병원을 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 김씨의 신장은 10여년 동안 신부전으로 고생해온 김모(53·여·인천시 계양구)씨의 몸에서 사랑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김씨는 이번 신장 이식이 없었으면 혈액 투석의 어려움 등으로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는 형편이었다.
장기기증 신청에서부터 상담, 수술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켜본 길병원 장기이식센터의 조윤희(36) 간호사는 “여러 가지로 걱정도 되고 여러 번 병원을 오가느라 불편하기도 하셨을 텐데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으셨다”며 “오히려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 스스로 부끄러움과 감동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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