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남매 온가족이 1% 나눔 “되레 우리가 하나됐어요”
△ 김천중씨 남매들은 “모자란 듯 갖고, 남과 나누면서 살라”는 작고한 어머니의 말씀을 유언처럼 받들고 산다. 왼쪽부터 다섯째 윤중, 둘째 양중, 첫째 천중, 셋째 영순, 일곱째 점순, 여덟째 형중씨.
김천중씨 전국 여덟가족 "모자란듯 살고, 늘 베풀라"
어머니의 아름다운 유산 조카들까지 3대째 '전승'
한 집에서 나고 자란 남매들이라도 세월이 흐르면 남남이 된다지만, 김천중(56)씨 8남매는 조금 달랐다. 서로가 조금이라도 더 주지 못해 안달이라고 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그들은 매년 대여섯차례씩은 꼭꼭 모인다. 모인 자리에서 누구네가 좀더 돈을 벌고 아이들이 잘 났다는 식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들의 화제는 단연 ‘나눔’이다.
맏이 김천중씨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단체), 아름다운재단의 기부 회원이다. 일곱 동생들도 모두 아름다운재단 ‘나눔의 가게’ 회원들로, 매달 수익의 1%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한번 시작한 나눔은 가족사이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매제, 처형, 처남, 조카들…. 모두가 ‘나눔의 씨앗’들로 활동하고 있다.
뿌리는 이들 남매의 어머니였다. 4년 전 작고하신 어머니는 쌀 한 됫박, 고기 한 근이라도 남과 나누려고 했다. 일부러 아이들의 손에 접시를 들려보내면서 어려운 동네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라고 시켰다. 그들과 이야기 한마디, 인사 한번이라도 더 하게 하려는 배려였다. “모자란 듯 살고, 손해보듯 살고, 늘 남에게 베풀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은 자식들의 가슴에 유언처럼 남았다.
본격적인 나눔을 시작한 건 맏이 김천중씨. 서울 충무로에서 꽃집을 하던 그는 2002년말 아름다운재단을 찾아 1백만원을 내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절에 다니던 그에게 기부는 가장 쉽고 즐거운 ‘선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우이웃이나 재해를 입은 이들을 돕기 위해 각종 단체에 기부를 할 때마다 그는 언제나 가슴 한켠에서 께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결과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선지 기부금액과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히는 재단의 활동에 공감이 컸다. 기부금을 내놓으면서 내친 김에 ‘나눔의 가게’ 회원으로도 등록했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다음해 어머님의 제삿날, 그는 일곱 동생들에게 나눔 회원이 되길 권했다. 동생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나눔의 가게’ 회원이 되겠다고 나섰다. 서울 창신동에서 인쇄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 네째 동생 은중(48)씨, 부산에 사는 다섯째 윤중(46)씨, 여섯째 길중(44)씨와 여동생 양중(52), 영순(50), 점순(40)씨, 그리고 막내 형중(34)씨까지 모두 수익의 1%를 나누는 회원이 됐다. 자신이 얻은 것을 나누면서 사는 일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지를 받드는 일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족간의 화목과 우애를 다지는 데 나눔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나눔으로 탐욕과 욕심과 어리석음을 없애면 자신이 밝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위까지 환해지지요.”
이들의 나눔은 2대를 넘어 이제 3대에까지 ‘전승’되고 있다. 김씨의 두 아들과 조카들까지 용돈의 1%를 적립하고 있다. 나눔은 남 보기 아름답고 자신에게 뿌듯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라는 것을 이들은 믿고 있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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