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아기들 치료비 돕는 모임 ‘손필아모’
△ 온라인 동호회 ‘손필아모’는 젊은 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불우한 처지에 놓인 아기를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손필아모’회원으로 이 모임의 운영을 돕고 있는 베베하우스 직원들.
“부모가 되어보니 남의 아기 아파도 남일같지 않네요”
부모가 되면 두 가지 감정을 새로 알게 된다. 자기 아이가 먹는 것을 바라볼 때의 흐뭇한 심정이 첫번째다. 오죽하면 ‘내 새끼 입에 밥들어간다’는 가사를 담은 구전민요가 있을까. 두번째는 굶주리거나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는 그런 아이를 둔 부모의 아픈 마음에 대한 공감이다.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거나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갈갈이 찢어질까?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부모가 된 뒤 다른 아이들을 돕는 일에 나선다.
인터넷 동호회 ‘손필아모’( www.bebehouse.com/Community/community/sonpilamo )는 그런 마음을 가진 부모들의 모임이다. 본디 이름은 ‘손길이 필요한 아가를 위한 모임’으로 임신 육아 전문 인터넷사이트 베베하우스에서 온라인으로 만난 젊은 부모들이 불우아가를 돕고자 만들었다.
연말이면 ‘손필아모’ 사이트는 평소보다 북적대기 시작한다. 어려운 처지의 아가를 돕기 위한 연말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베베회원 산타됐네’. 올해로 4번째 맞는 행사다. 지난 6일부터 시작해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행사는 ‘사랑의 적립금 특별 매장’, ‘산타벼룩시장’, ‘사랑의 후원금 모금’ 등 세 가지로 짜여졌다.
시장열고 후원금 모아 3년간 9명에게 혜택
‘사랑의 적립금 특별 매장’은 상품 판매 금액의 일부를 성금으로 적립하는 행사다. 베베하우스의 지원을 받아 육아용품을 최고 80%까지 할인된 값으로 판매하고 있다. ‘산타벼룩시장’은 온라인 재활용 직거래장터. 판매금액 전액을 불우아가돕기에 쓴다. 올해 행사로 모인 성금은 김동현(가명) 아기를 돕는 데 쓰이게 된다. 동현이는 지난 11월6일 임신 29주만에 몸무게도 1.83㎏에 불과한 미숙아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기도가 막혀 있어 지난 2일 기관지를 절개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목아래 부분에 구멍을 내 삽입한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고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몸무게가 회복되면 이번에는 기도를 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집안형편은 병원비를 감당하기조차 버겁다.
“건설 일용직 노동을 하는 아빠(43)와 시각장애 1급의 엄마(38)가 4명의 아이들과 힘들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기아빠의 월수입 80만원과 엄마의 정부보조금(월8만원)으로 영세민아파트(보증금 200만원, 월세 10만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손필아모’가 홈페이지에 올린, 김동현 아기를 돕기로 한 이유다.
‘손필아모’가 만들어진 것은 2001년 8월. 베베하우스 회원이던 홍수정씨가 미숙아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선천성 질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아가들을 돕자며 이 회사 홈페이지에 ‘손필아모’라는 커뮤니티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 혼자 시작한 이 동호회는 현재 167명이 회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커졌고 지난 3년동안 모두 3900여만원을 모아 9명의 불우아기를 도왔다.
지난 10월에는 29주만에 2.74㎏로 태어난, 선천성 기형인 뇌수종으로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고 있는 아기를 도왔고, 선천성 담도폐쇄증을 앓고 있는 아기의 수술비로 900여만원을 예치하기도 했다. 이들의 불우아기돕기는 폐질환을 앓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 부부의 미숙아와 페루 노동자 부부의 미숙아 등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기로까지 확장됐다.
“그런 아이들 부모 마음이 되어 보세요.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 돕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2004.12.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