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밥 먹고 학교 다니는데 한달 500원은 나눠봐야죠”
전남 순천 금당고 오송현(17)군은 고3 수험생이다. 수능시험을 치르기 전 그는 아름다운재단에 기부자로 등록했다.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얼마 전 자신과 동갑내기인 고등학생이 한달에 5천원씩 기부한다는 <한겨레> 기사를 읽고 결심을 앞당겼다.
“5천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돈도 아니잖아요. 용돈을 아껴쓰면 한달에 5천원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군의 집안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트레일러 운전을 하는 아버지는 경기불황으로 일거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담임 교사의 추천으로 그 자신도 학비감면을 받고 있다. 운영지원비만 내고 분기별로 20만원가량 드는 등록금은 내지 않아도 됐다
“적어도 저는 부모님이 다 계시고 따뜻한 밥 먹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었잖아요. 저보다 더 어렵게 사는 친구나 학생들에게 자그만한 힘이라도 됐으면 해요.”
오군이 이런 나눔을 생각하게 된 데는 어머니의 구실이 컸다. 오군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보다 더 못사는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며 살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평소에도 소년소녀 가장이나 돈이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수능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전남대나 세종대 경영학과에 지원할 에정이다. 그의 꿈은 정직한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나 탈세를 하지 않고 정직하게 돈을 버는 사업가, 자신은 검소하게 살면서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에는 가진 돈을 아낌없이 쓰는 따뜻한 사업가가 되고 싶다.
“국회의원이나 부유층이 자신이 가진 재산의 1%, 아니 0.5%라도 이웃을 위해 내놓는다면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진 않았겠지요.”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2004.12.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