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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9-12-14
제목   [길] 영화장면 목소리로 생생히… 시각장애인용 '우생순' 상영

 [길] 영화장면 목소리로 생생히… 시각장애인용 '우생순' 상영


"자막이 사라지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2004 핸드볼 큰잔치. 5000석 규모의 경기장에 10여명의 관중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성우가 빠른 속도로 영화 장면을 설명했다. 한국 영화 '우생순'이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우리 핸드볼팀이 석패하는 아테네올림픽 결승전 장면이다.

"긴장된 순간 한국팀의 감독들, 선수들 모두 미숙을 주시하고 있다. 의식이 없던 규철도 마치 미숙의 차례임을 아는 듯 눈을 뜬다. 피를 말리는 순간이 지나고 미숙이 골을 던진다. 순간 정적…. 천천히 흘러가는 화면 속에서 미숙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덴마크 선수들이 환호하며 부둥켜안는다. 한국 선수들, 패배의 설움에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는다."

어두컴컴한 영화관에 앉아있던 관객 100여명이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1~2급 시각장애인과 어르신 관객들이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안희종(51·서울 마포구 성산동·시각장애 1급)씨가 "예전에 봤을 땐 시력이 약해 영화 내용을 단편적으로만 이해했는데, 오늘에야 울어야 되는 장면에서 제대로 엉엉 울었다"고 했다.

7일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색다른 '우생순'이 상영됐다. 시각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해 자원봉사로 나선 EBS 출신 성우 김창열(35)씨가 변사(辯士)처럼 영화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했다. 미디어교육연구소와 국립중앙도서관이 함께 제작했다.


▲ 4일 서울 연희동의 한 녹음실에서 영화배우 진구(맨 왼쪽)씨가 다큐멘터리 영화‘작 별’을 시각장애인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녹음하고 있다. 가운데는 감수자로 나선 시각장애인 안희종씨, 오른쪽은 녹음 작업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류이인렬 미디어교육 연구소 대표./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지상파 방송에서 가끔 드라마 장면을 해설해 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시각장애인용 설명을 더빙한 영화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디어교육연구소 류이인렬(54) 대표는 "대본 작성부터 녹음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며 "PD·성우·작가 등 10여명이 모여 하루 3시간씩 1주일간 녹음했다"고 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연희동 녹음실에서 새로 상영할 다큐멘터리 '작별'의 녹음 작업이 열렸다. 대본 분량, 읽는 속도, 설명 삽입 시점을 섬세하게 맞추느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PD 최진훈(33)씨가 영화배우 진구(29)씨를 재촉했다. "벌써 다음 대사 나오잖아요! 빨리 읽어요! 2배 속도로!" 자원봉사자로 나선 진씨가 "어지간한 영화 촬영보다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감수자로 나선 시각장애인들이 "설명이 너무 많아 배경음이 묻혀선 안 된다"는 쪽과 "그래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려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총감독을 맡은 류 대표는 "요즘 영화는 스토리 전개가 빨라 설명 읽는 속도가 화면 전환 속도를 따라가기 버겁다"며 "도저히 주어진 시간 안에 설명을 다 읽을 수 없을 때는 궁여지책으로 아예 화면을 몇초 동안 정지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디어교육연구소는 영화 '추격자' 등 다른 작품들도 같은 방식으로 더빙해 국립중앙도서관 장애인정보누리터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자막이 사라지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2004 핸드볼 큰잔치. 5000석 규모의 경기장에 10여명의 관중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성우가 빠른 속도로 영화 장면을 설명했다. 한국 영화 '우생순'이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우리 핸드볼팀이 석패하는 아테네올림픽 결승전 장면이다.

"긴장된 순간 한국팀의 감독들, 선수들 모두 미숙을 주시하고 있다. 의식이 없던 규철도 마치 미숙의 차례임을 아는 듯 눈을 뜬다. 피를 말리는 순간이 지나고 미숙이 골을 던진다. 순간 정적…. 천천히 흘러가는 화면 속에서 미숙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덴마크 선수들이 환호하며 부둥켜안는다. 한국 선수들, 패배의 설움에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는다."

어두컴컴한 영화관에 앉아있던 관객 100여명이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1~2급 시각장애인과 어르신 관객들이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안희종(51·서울 마포구 성산동·시각장애 1급)씨가 "예전에 봤을 땐 시력이 약해 영화 내용을 단편적으로만 이해했는데, 오늘에야 울어야 되는 장면에서 제대로 엉엉 울었다"고 했다.

7일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색다른 '우생순'이 상영됐다. 시각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해 자원봉사로 나선 EBS 출신 성우 김창열(35)씨가 변사(辯士)처럼 영화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했다. 미디어교육연구소와 국립중앙도서관이 함께 제작했다.


▲ 4일 서울 연희동의 한 녹음실에서 영화배우 진구(맨 왼쪽)씨가 다큐멘터리 영화‘작 별’을 시각장애인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녹음하고 있다. 가운데는 감수자로 나선 시각장애인 안희종씨, 오른쪽은 녹음 작업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류이인렬 미디어교육 연구소 대표./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지상파 방송에서 가끔 드라마 장면을 해설해 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시각장애인용 설명을 더빙한 영화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디어교육연구소 류이인렬(54) 대표는 "대본 작성부터 녹음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며 "PD·성우·작가 등 10여명이 모여 하루 3시간씩 1주일간 녹음했다"고 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연희동 녹음실에서 새로 상영할 다큐멘터리 '작별'의 녹음 작업이 열렸다. 대본 분량, 읽는 속도, 설명 삽입 시점을 섬세하게 맞추느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PD 최진훈(33)씨가 영화배우 진구(29)씨를 재촉했다. "벌써 다음 대사 나오잖아요! 빨리 읽어요! 2배 속도로!" 자원봉사자로 나선 진씨가 "어지간한 영화 촬영보다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감수자로 나선 시각장애인들이 "설명이 너무 많아 배경음이 묻혀선 안 된다"는 쪽과 "그래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려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총감독을 맡은 류 대표는 "요즘 영화는 스토리 전개가 빨라 설명 읽는 속도가 화면 전환 속도를 따라가기 버겁다"며 "도저히 주어진 시간 안에 설명을 다 읽을 수 없을 때는 궁여지책으로 아예 화면을 몇초 동안 정지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디어교육연구소는 영화 '추격자' 등 다른 작품들도 같은 방식으로 더빙해 국립중앙도서관 장애인정보누리터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입력 : 2009.12.09 02:48 / 최종석 기자 com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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