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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04-06-21
제목
30대 의사의 '별자리 찾아주기' 2년 2004.02.29 조선일보
사재털어 학교 밖 떠도는 청소년 대상 대안학교 운영 [조선일보 박민선 기자] 최근 ‘왕따’ 동영상 문제로 한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은 심각한 수위를 치닫고 있는 상황. 학교폭력, 가정불화 등으로 학교 밖을 떠도는 ‘학교 밖 청소년’은 6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안학교 ‘별’이 지난 2일로 설립 2주년을 맞았다. 2002년 2월 서울 봉천동에 문을 연 ‘별’은 ‘사는기쁨 신경정신과’ 김현수(38) 원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마음을 치유하는 학교’다.
지난해 말 ‘별’은 4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쉼터’를 전전하다가 이 곳에 ‘뿌리’를 내린 승희(가명·21)는 지난해 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심한 가정불화로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 했던 영국(가명·22)이는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한 뒤 올해 초 군에 입대했다. 이곳에서 1년여를 지낸 뒤 뉴질랜드로 떠난 주원(가명·19)이는 “컴퓨터 게임 아이템을 해킹당했다”며 ‘등교 거부’를 선언했던 경우다. 주원이는 뉴질랜드에서 1년간의 어학코스를 무사히 마치고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른 주원이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별지기’(교사)들과 함께 보냈던 대안학교 ‘별’. 주원이는 “이곳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한다. ‘별’은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별자리’를 찾아주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개교 후 2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별’을 찾아가고 있다. ‘별’의 교장이기도 한 김현수 원장은 이른바 ‘달동네’인 봉천동 토박이. 이곳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쳤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그는 청소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대학을 마쳤다. 대학에선 의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장학금을 받았다. 그는 1992년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김 원장은 소년교도소 의무관 시절, 환경 탓에 ‘엇나간’ 청소년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결국 2001년 봉천동에 돌아와 의원을 차렸고 이듬해 은행에서 빚을 얻어 ‘별’을 만들었다. 사회복지사 2명에 학생 5명 뿐인 출발. 하지만 지금은 5명의 상근 교사에 24명의 아이들이 북적인다. 무보수 자원봉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50명이 넘는다. 아이들과 1대1 과외 교습을 해주는 대학생부터, 치과의사, 체육인, 대학교수, 꽃집주인까지 아이들의 교사가 되어 준다. 자원봉사들 면면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학교는 여전히 비좁다. ‘사는기쁨 신경정신과’가 있는 건물 3층에 있는 ‘별’은 30여평 남짓한 공간이다. 흔히들 ‘학교’하면 떠올리는 넓직한 운동장도 없다. 그야말로 ‘도시 속 작은’ 학교. 커리큘럼을 결정하는 일 역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몫이다. 이 학교 시간표에는 생활법률, 연극, 원어민 영어회화 등의 ‘생소한’ 과목이 있는가 하면 체육이나 토론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정식인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검정 고시를 치를 수 밖에 없지만, 영어·수학 등 교과과목을 1대1로 지도해주는 자원봉사 ‘튜터’들이 학생들을 돕고 있다. 김 원장은 “2~3년간 책 한번 안 보던 아이들이 검정고시에 턱턱 합격을 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아이들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면 공부도 알아서 하더라”고 했다. ‘별’의 모든 것은 학생 스스로 결정한다. 졸업식은 연말에 치르긴 하지만 “사회에 뛰어들 준비가 되는 순간” 졸업한다. 최근 김 원장은 1억5000여만원의 은행 융자를 또다시 얻었다. 학교의 이재훈 행정팀장은 “아이들 집안 사정에 따라 소정의 후원금을 받고 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교장선생님이 워낙 ‘우는’ 소리를 못하는 분이라 그야말로 사재(私財)로 학교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안학교가 ‘문제아’들만 모인 곳이라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이곳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하는 곳일 뿐”이라고 말했다. ☎(02)888-8069 (박민선기자 sunris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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