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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9-11-30
제목   [길] 선로(線路) 떨어진 장애인 구한 대학원생 선후배 3인

 [길] 선로(線路) 떨어진 장애인 구한 대학원생 선후배 3인

손장훈 기자 lustfor@chosun.com 입력 : 2009.09.05 03:26


"사람이 떨어졌어요!"

2일 오후 9시쯤 지하철 외대역 승강장에서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영상(61·경기도 구리시)씨가 발을 헛디뎌 인천 방향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것이다. 그는 떨어질 때 충격으로 오른편 머리와 갈비뼈를 다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때 열차 행선 안내기에 '열차가 전 역을 출발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외대역에서 1㎞ 떨어진 신이문역에서 막 출발한 열차의 주황색 헤드라이트가 터널 저편에서 번쩍거렸다.

개찰구를 막 나온 20대 남성 3명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그중 하나가 가방을 던지고 선로에 뛰어내려 쓰러진 김씨를 일으켜 세웠다. 다른 한 명은 승강장에 서서 김씨의 팔을 붙잡고 위로 끌어당겼다. 나머지 한 명은 열차를 세우기 위해 붉은색 비상정지버튼을 눌렀다. 세 사람이 김씨를 승강장 위로 끌어올린 직후, 열차가 역 구내에 진입하기 직전 멈춰 섰다. 불과 1분 남짓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 지난 2일 지하철 1호선 외대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장애인을 구한 대학원생들. 왼쪽부터 황동혁, 정재영, 박명일씨./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당시 현장에 있던 곽철종(37) 외대역 역무과장은 "승강장에 사람이 거의 없고, 밤이라 (열차에서) 선로 쪽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대학생들이 아니었다면 김씨는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했다.

대학생 3명은 한국외대 일반대학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박명일(28)·황동혁(26)·정재영(25)씨였다. 이들은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함께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들 중 선로에 뛰어내렸던 박씨는 "그냥 지나쳤다가 만약에 그 사람이 진짜 죽었다면 지하철 탈 때마다 생각이 났을 것"이라며 "김씨의 몸이 무거워 한번에 들어 올리지 못했는데, '이러다 열차가 들어오면 나까지 같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힘이 났다"고 했다.

김씨는 경희대 의료원으로 후송됐다가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는 바람에 학생들한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다"며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릅써준 학생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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