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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9-11-30
제목   한 가족 네 식구 모두 몽골서 봉사활동

 한 가족 네 식구 모두 몽골서 봉사활동

연합뉴스 입력 : 2009.08.17 14:08


부모와 두 자녀가 모두 몽골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가족이 있다. 1994년부터 이 곳에서 선교사로 활동해 교계에서는 많이 알려진 황규연(56)ㆍ조정순(50) 씨 부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협력요원’인 아들 황현상(28) 씨, 해외개발 비정부기구(NGO) 소속인 딸 지혜(26) 씨. 협력요원이란 군 복무 대신 국제협력단에 소속돼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15일 울란바토르 시내 음식점에서 황 씨 가족들을 만났다. 현상 씨는 자신이 일하는 학교가 방학 중이어서 협력단 몽골사무소 일을 도우러, 황 씨 부부는 다른 용무차 울란바토르에 와 있었고 지혜씨는 ’가족인터뷰’ 요청에 따라 급하게 달려왔다.

황씨 부부가 몽골에 온 것은 1994년 7월. 몽골이 사회주의를 포기한 지 2년 만인 그 해 4월 선교 활동 대상지를 찾느라 들렀다 사실상 눌러 앉은 셈이 됐다. ’너무 열악한 환경’을 외면할 수 없었단다.

어린 두 자녀와 함께 몽골에 온 두 사람은 이후 미혼모와 부랑아 등 어려운 이웃을 돌봐주거나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에 매진했고 2002년부터 7년째 ’로뎀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고아원에는 두 부부와 현지인 교사 3명이 1∼6살 나이의 몽골 어린이 5명을 돌보고 있다. 올해 5살인 한 아이는 8개월 되던 해 이 곳에 왔다 한다.

현지인 교사들과 청소원, 요리사 등은 몽골 정부가 정한 고아원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용했고 고아원 운영비는 서울 서교동에 있는 서현교회가 대부분을 대고 월드비전이 일부를 보충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고아원에서 돌본 아이들은 현재 남아 있는 아이들을 포함해 50명에 이른다.

조 씨는 “처음 온 어린 아이들은 나이도 이름도 몰라 고아원에 온 날짜를 생일로 하고 현지인 교사 등이 나이를 추정해 출생신고를 한다”면서 “남편 황 씨의 몽골 이름인 ’베흐바트’를 성으로 이름을 지어 호적에 등재한다”고 말했다.

남의 나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쉬울 리 없다. 황 씨는 “언젠가 한 번은 길거리에서 아이들 스무 명을 데려왔는데 안정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2주만에 모두 담을 넘어 도망가 버렸다”고 말했다. 지금은 7살 미만의 아이들만 돌보고 7살이 넘으면 월드비전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보낸다. 고아원에 있다 부모를 찾아준 아이도 10명이나 된다.

처음 황 씨 부부를 곱잖게 보던 몽골 정부도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했고 지금은 몽골 정부도 사실상 고아원 운영에 동참하고 있다.

부인 조 씨는 “몽골 사회복지부가 여러 곳에서 온 고아들 가운데 /////입양아나 부모를 찾지 못한 어린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아원에서 키우다 아이가 없는 가정에 입양시킨 경우도 많다”면서 “보양과 생명을 중시하는 불교의 영향 때문인지 이 나라는 고아들을 해외에 보내는 것을 싫어하고 이곳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아이를 키우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부인 조 씨는 사립 울란바토르 대학에서 가정상담 교수로, 남편 황 씨는 이 대학 대학원에서 상담심리 교수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학에서 상담학을 전공했다.

부모를 따라 온 두 자녀는 몽골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며 중학교 과정을 마쳤고 1997년 독일로 유학, 선교사 자녀에게 장학금 혜택을 많이 주는 캘빈 칼리지에 다녔다. 이 때부터 부모와 두 자녀는 긴 이별의 시간을 갖는다.

그로부터 12년 만인 올해 네 식구가 다시 몽골에 모였다. 독일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현상 씨는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닌 뒤 군 복무 대신 국제협력단 협력요원으로 선발돼 몽골에 파견됐고 딸 지혜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지난해 5월부터 한국에서 월드비전 인턴으로 일하다 지난 3월 몽골에 왔다.

두 자녀가 몽골로 다시 온 것은 우연이었지만 가족 모두의 간절한 소원에 의한 것이었다. 가족들은 이를 ’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조 씨는 “큰 아이는 여기서 중학교를 다니면서 협력단 협력요원으로 일하는 형들을 많이 봤고 그 때마다 자기도 협력요원으로 꼭 이곳에 오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정말 이 곳에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버지 황 씨는 “우리 부부가 아이들을 이 곳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무슨 수를 쓴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혀 아니다”라며 웃었다. 협력단 몽골사무소 관계자는 현상 씨가 “중학 과정을 몽골에서 다녔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비전 인턴으로 일하던 딸 지혜 씨가 몽골로 온 것 역시 자신의 간절한 소원이 실현된 것이지만 결국은 우연이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가 모두 한 집에 모여 사는 것은 아니다. 아들 현상 씨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자그마치 1천420㎞ 떨어진 홉드라는 곳에 배치돼 있다. 비포장 길이 대부분이라 비행기 대신 버스로 갈 경우 사흘, 차를 이용하면 꼬박 하루를 가야 한다.

지혜 씨도 사무실에 매일 출근해 시내에서 먼 곳에 사는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다.

조 씨는 “우리 때문에 큰 아이가 그 먼 곳으로 배치됐나 싶어 한 동안 서운해 했다”고 말했다. 협력단 일반 봉사단원이나 협력요원은 활동지 수요에 따라 본부에서 임지가 정해진다.

한 가족 네 식구의 12년 만의 해후는 앞으로 길어야 1년이다. 현상 씨의 임기는 내년 7월, 지혜 씨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각각 6개월 정도 임기를 연장할 수는 있지만 식구들 모두 꼭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홉드 농업대학에서 산업디자인 등 컴퓨터 분야를 가르치는 현상 씨는 한국에 돌아가 전공인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일할 생각을 갖고 있고 지혜 씨는 영국 또는 미국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개발 분야에 대한 지식을 더 쌓은 뒤 월드비전 같은 국제 NGO나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고 싶어한다.

아버지 황 씨는 “가족이 꼭 한 집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며 “어디서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필요한 일을 잘 해내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조 씨는 조금 섭섭한 기색이다. “한 집에 살지는 않아도 가족들이 함께 여행이라도 했으면 참 좋겠는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그것도 잘 안됩니다.” 그는 딸 지혜 씨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가족이 그리워 학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달래고 말렸던 일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설명 : 몽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 가족 네 식구가 15일 오랜만에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몽골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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