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들의 5만6000포기 김치봉사
장봉진 인턴기자 서울대3년·doors330@hanmail.net
서현경 인턴기자 서강대3년·loca21@daum.net 입력 : 2004.11.24
“초록색 풀밭 위에 한 떨기 예쁜 꽃 같습니다. 서울 시청 광장이 꽃밭입니다”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잔디밭에서 불우이웃을 위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큰잔치’가 한국야쿠르트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서울, 인천, 부산 시청에서 야쿠르트 아줌마 3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짭조름한 젓갈 냄새는 코를 찔렀고, 김치 속 시원한 붉은 색깔은 눈을 자극했다. 서울지역 2000여명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투명 위생모자와 주황생 앞치마를 두르고 빨간 고무장갑을 야무지게 낀 채 익숙한 손놀림으로 배추 속에 양념을 넣었다. 기자가 “맛있겠네요”하니, 담고 있던 김치를 쭉 찢어 기자 입에 갖다대면서, “맛있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지”라고 말했다. 가리봉 지점에서 나온 최쌍남(50)씨는 “없는 양반 도와주니 보람이 많지. 내 몸 힘들어도 견딜 만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 2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야쿠르트아줌마 2,000여명이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복지시설 등에 전달할 김장 140톤을 담고 있다. /장봉진 인턴기자
오후 2시 30분쯤 “자, 휴식시간입니다. 여사님들 허리 좀 펴고 합시다”라는 사회자의 말에 아줌마들이 자리를 털고 광장 중앙의 사회자를 향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사회자는 걸쭉한 입담으로 “기네스 북에 올라가도 될 만큼의 김치를 담그시느라고 수고가 많습니다. 왕비의 포즈로 푹 쉬십시요”라고 말했다. 이에 아줌마들은 “사회자, 음악 큐, 뮤직 큐”라고 신나는 목소리로 외쳤다.
한국야쿠르트 김순무 대표가 행사장을 방문,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아줌마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 대해 “회사로서도 사회에 봉사하고자 2001년부터 이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며 “이번이 서울에서는 처음하는 행사이고 내년에는 대전, 대구, 광주등 광역시로 넓혀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2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야쿠르트아줌마 2,000여명이 김장 140톤을 담고 있다. /장봉진 인턴기자
임성규 논산시장은 “이날 행사를 위해 논산으로부터 5t트럭 19대분량으로 최고급 배추 5만 6000포기, 양념 33t을 날라와 새벽 2시부터 서울시청 앞에 풀어놨다”며 “시골에서는 복지사들이 독거노인들을 일일이 챙겨드리기 힘든데,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배달하시면서 돌봐주신다”며 아줌마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길가던 외국인들도 이같은 진풍경에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다. 연세대 교환학생 피터만(25·독일)씨는 “어메이징(amazing)”을 연발했다. 동행한 빈홀드(26·독일)씨는 아줌마들이 건네는 김치를 맛보고는 영어로 “맵고 매우 좋다"라며 “참 독특하네요”라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서울 등 3곳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는 5시쯤까지 계속됐다. 이날 행사에서 담가진 총 140t의 김치는 4포기씩 상자에 포장돼 24일 아침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자신들이 일하는 지역내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사회복지단체 등 1만 6700여 곳에 직접 배달할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