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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9-06-10
제목
[길] 휠체어 밀고 끌고… 장애인과 '한마음 마라톤
[길] 휠체어 밀고 끌고… 장애인과 '한마음 마라톤
23일 오전 9시30분, 경기도 성남시 구미동 탄천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서 비장애인 3000여명과 장애인 6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마음 마라톤 대회'가 시작됐다.
비장애인 3~4명과 장애인 1명이 한 조를 이루어 함께 휠체어를 끌기도 하고 부축하기도 하면서 탄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걸었다. 코스는 4.2㎞ 코스와 5㎞ 코스 등 두 가지였다.
이경석(57·중소기업 간부)씨와 윤혜자(54)씨 부부는 이은정(13)양의 휠체어를 밀고 갔다. 은정양은 뇌성마비 1급이다. 이경석씨는 22년 전 과로로 얼굴 왼쪽이 일부 마비돼 표정이 어색했다. 이씨는 "나도 왼쪽 눈꺼풀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한동안 낙심하며 지냈다"며 "장애인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3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 일대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한마음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출발점을 나서고 있다./홈플러스 제공 15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뇌를 다쳐 오른쪽 반신이 마비된 조숙자(여·56)씨와 비장애인 참가자 조말숙(여·61)씨는 이날 처음 본 사이였지만, 이내 친해져서 온종일 두 손을 꼭 잡고 행렬의 끄트머리를 걸었다.
조숙자씨는 "성남에 살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서울 구의동으로 이사 갔다"며 "사고 나기 전에 살던 성남에 오늘 처음 다시 와 보니 20년 전 탄천에서 아들 딸과 물고기 잡던 기억이 나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2004년 3월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김형남(39)씨는 이날 경기용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그는 "5㎞를 완주하려고 하루에 200개씩 팔 굽혀 펴기를 했다"며 검게 탄 팔뚝을 걷어 보였다.
이날 오후 1시가 넘어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한 김진식(66)씨의 휠체어는 오른쪽 타이어가 심하게 닳아 터져 버렸다. 목발을 짚고 걷다가 힘들어 빌려 탄 휠체어였다. 김씨는 "꼴찌라고 해서 조급하지는 않았다"며 "내가 늦게 들어와도 다들 기다려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성남에 있는 지구촌교회가 주최했다. 3개월 전부터 대회를 준비해 온 이 교회 사회복지재단 이정우(41) 상임이사는 "지역 주민들이 장애인들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자주 이런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최종석 기자 comm@chosun.com 입력 : 200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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