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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9-06-10
제목   [길] "한국계 필리핀인 결손가정 '가난의 굴레' 걷어내자"

 [길] "한국계 필리핀인 결손가정 '가난의 굴레' 걷어내자"



지난 10일 필리핀 세부 막탄의 마리바고 부용비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필리핀인 엄마와 아이 50여명이 바나나보트를 타고 해변에 차려진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들은 한국인과 사귀었다가 아이를 가지게 된 미혼모 가족들로, '코필(코리아+필리핀) 결손가족 후원회'가 초청했다.

필리핀인 미혼모를 돕는 이날 행사는 서울 대일고등학교 동문 선후배 3명이 기획했다. 지난 1월 필리핀에서 사는 윤지현(45)씨가 사업차 출장을 온 김영기(52)씨에게 아이디어를 냈다. "어학연수차 필리핀에 왔던 한국 남학생이 필리핀 여성들과 사귄 뒤 임신을 시키고는 그냥 한국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미혼모가 되는 필리핀 여성들이 많은데, 그들을 도왔으면 좋겠어요."

서울로 돌아온 김씨가 동문인 국회의원 정하균(51)씨를 찾아가 "후원회를 만들자"고 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경제적인 지원에 앞서 먼저 미혼모 가정을 위한 위문 행사부터 계획했다. 서로 얼굴을 익혀 교류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행사를 열기 위해 지난 4월 현지 신문에 '코피노(코리안과 필리피노의 합성어) 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을 모신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자 필리핀인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은 자신이 "코피노 자녀를 둔 엄마"라며 "후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원회는 진짜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뽑기 위해 지원자들을 일일이 면접까지 본 뒤 행사를 열었다.

정 의원은 "필리핀의 코피노 인구는 약 1만여명으로 추정된다"며 "코피노를 낳은 필리핀 여성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려서, 유흥업소에 나가거나 행상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후원회는 코피노 자녀를 둔 필리핀 미혼모 가정에 학용품이나 유모차 등을 전달하고, 한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피임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손장훈 기자 lustfor@chosun.com 입력:200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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