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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9-05-11
제목   [사람과 이야기] '심장병 수술' 되돌려주는 미(美)입양아

 [사람과 이야기] '심장병 수술' 되돌려주는 미(美)입양아


미(美)서 수술받았던 이길우씨 도움 준 구호단체 취직… 우간다 소녀의 수술 주선
9일 오전 9시 우간다 소녀 제인 난욤비(Nanyombi·12)양이 어머니 플로렌스 나카사가(Nakasaga·36)씨의 손을 꼭 잡고 인천국제공항 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이길우(미국명 브렛 할버슨·Halvorson·30)씨가 한걸음에 달려갔다. "네가 제인이니?(Are you Jane?)"

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씨 얼굴이 활짝 풀렸다. 이씨는 미국 워싱턴주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생명의 선물(Gift of Life International)' 직원이다. 1975년 창립 이후 가난한 나라 64개국의 심장병 어린이 3만여 명이 선진국에서 무료로 심장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온 단체다. 이씨도 이 단체의 도움으로 4살 때 미국에서 무료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그 뒤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이씨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평범하게 살다 "내가 받은 도움을 세상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으로 1년 전부터 이 단체에서 자원봉사하기 시작해 이달 초 아예 정식 직원이 됐다. 제인은 이씨가 '생명의 선물' 직원 신분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첫 아이이자, 조국인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한 첫 사례였다. 제인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다.


▲ 선천성 심장병을 앓다 미국 구호단체 ‘생명의 선물’의 도움으로 병을 고치고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이길우씨가 10일 세브란스 병원 심장혈관센터에서 우간다 소녀 제인 난욤비양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한국에서 자랄 때,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했어요. 두 분 벌이로는 수술은 꿈도 꿀 수 없었죠."

어린 이씨를 구한 사람은 당시 한미재단에서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한미재단 직원 부인 해리엇 하지스(Hodges·95) 여사였다. 하지스 여사는 '생명의 선물'에 이씨의 사연을 전했고, 이 단체는 "한국의 심장병 어린이를 도와달라"고 백악관에 편지를 보냈다. 당시 대통령 부인이던 낸시 레이건(Reagan·88) 여사가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이씨는 낸시 여사의 손을 잡고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올라 서울을 떠났다. 이후 이씨의 한국 부모가 "미국에서 넉넉한 양부모를 만나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며 친권을 포기해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보험회사에 계속 다녔으면 지금쯤 연봉 10만달러쯤 벌었겠지요. 그런데 2004년 TV에서 레이건 대통령 사망 뉴스를 보다 '아! 낸시 여사가 나를 살려줬지' 하고 생각했어요. 더 늦기 전에 은인들을 찾아 뵙고 감사 인사를 하겠다고 결심했죠."

이씨는 꾸준히 이메일을 보낸 끝에 2007년 10월 낸시 여사를 만났다. 같은 해 한국에 돌아와 친부모와도 상봉했다. 이씨는 "한국 어머니(54)에게 '왜 나를 입양시켰냐'고 묻자, 어머니가 '네가 또 심장병에 걸릴까 봐 두려워서 더 나은 삶을 살라고 너를 보냈다'며 우셨다"고 했다.

'생명의 선물' 정식 직원이 된 이씨는 각종 기업이나 병원, 로터리클럽 등 봉사단체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폰서를 찾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제게 일어난 모든 일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연봉 수십만달러를 벌어 개인적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돕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했다.

제인은 이씨 등 '생명의 선물' 직원들의 주선으로 전 세계 12개국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 우간다 어린이 30명 중 한 명이다. 이씨는 미국 LA 한인타운과 뉴저지에 있는 로터리 클럽을 돌며 1000만원이 넘는 제인의 수술비를 지원받았다. 이씨는 "제 인생 사연이 후원자들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씨는 이달 28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병원과 기업 등에서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낼 생각이다.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입력 : 2009.05.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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