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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9-03-07
제목   [길] 밤무대 가수들의 자선 콘서트

  [길] 밤무대 가수들의 자선 콘서트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사회사업팀에 가수 김동준(金東俊·46)씨가 찾아와 10만원짜리 수표 30장이 든 두툼한 봉투를 내밀며 "백혈병으로 입원한 영호(가명·11)를 위해 써 달라"고 했다.

김씨는 밤무대 가수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한솔 노래팀' 팀장이다. 그는 작년 12월부터 매주 목~일요일 오전 8시~오후 2시 영동고속도로 하행선에 있는 경기도 여주휴게소에서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한솔 노래팀은 휴게소 이용자들이 십시일반 보탠 돈을 모아 지난 1월부터 매달 300만원씩 여의도성모병원에 전달하고 있다.

김씨는 1988년부터 2002년까지 14년 동안 밤에는 야간업소를 도는 밤무대 가수로, 낮에는 종각 지하철역 근처 제일은행 본점 앞에서 자선공연을 하는 통기타 가수로 활동했다. "1986년 아버지께서 간암으로 돌아가셨을 때 돈이 없어서 치료 한 번 제대로 못 해 드린 게 한(恨)이 됐죠. '저 같은 사람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기간 김씨가 자선공연으로 도운 환자는 300여명이다. 헌혈증서도 1만5000장 넘게 모아 여러 병원에 전달했다.

김씨는 1989년 결혼해 딸(19·대학생)과 아들(17·고2)을 뒀다. 그는 "2002년 딸이 '만날 똑같은 옷만 입어서 친구들이 놀린다'고 울면서 집에 왔을 때 자선공연을 잠시 접기로 했다"고 했다. 김씨는 밤무대에서 번 돈을 모아 2005년 라이브카페를 열었다. 대학생이 된 딸은 "이제 아빠가 돕고 싶은 만큼 도우라"고 말할 만큼 철이 들었다. 김씨는 "자선 공연을 공동 주최한 여주 휴게소에서 공연 장소를 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앞으로 오랫동안 노래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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