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쌩큐! 코리아" 큰잔치
이랜드·월드비전 합잡품
스리랑카 오지 어린이들에게 희망 선물… 50평 유치원 지어줘
세바나갈라 스리랑카
=허윤희기자 stinato@chosun.com
입력 : 2004.11.11 17:01 29'
닐키(여·5)는 스리랑카 동남부 세바나갈라 지역에 산다. 수도 콜롬보에서 차로 5시간 이상 들어가야 하는 오지(奧地)마을 사마디푸라.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맨발로 흙을 밟고, 전기가 없어 등유로 밤을 밝히는 곳이다. 밤이면 이곳은 우리나라 60년대 농촌보다 더 어두운 곳으로 변한다. 아침 일찍 엄마가 야채를 팔러 장에 나가면, 닐키는 종종걸음으로 동네 마을회관으로 향한다. 아빠는 닐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집을 나갔다.
“이 지역엔 닐키 같은 아이들이 많아요. 어른들은 하루 종일 농사 짓느라 아이들을 돌볼 틈이 없죠. 동네 마을회관이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터예요.”
유치원 교사 다메얀티(여·22)씨는 10평 남짓한 건물을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15명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기엔 장소가 너무 좁아 책걸상을 한쪽 벽에 쌓아놓았다. 아이들은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린다. 그나마 마을 회의가 열릴 때면 불평 한 마디 못하고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한창 꿈을 먹고 자라야 할 아이들. 이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한국의 ‘천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이웃네트워크 참여 기업인 이랜드 직원들이 “마을에 희망을 선물하자”며 유치원을 선물하겠다고 나선 것. 이랜드 복지재단이 1만8000달러(약 2160만원)를 지원하고,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5개월간의 공사 끝에 지난달 말 드디어 50여평의 단층 건물이 탄생했다.
유치원 완공에 맞춰 이랜드 직원들도 스리랑카행 비행기를 탔다. ‘친구’가 온다는 소식에 아침 일찍부터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스리랑카 전통춤 공연이 이어지고, 엄마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손님들에게 차와 바나나를 부지런히 날랐다. 한바탕 축제가 계속됐다.
▲ 이랜드 직원들이 스리랑카 사마디푸라 마을을 방문, 자신들이 선물한 유치원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세바나갈라=허윤희기자
아유보완(안녕하세요).”
낯선 동양인을 보고 큰 눈을 끔벅거리던 아이들이 두 손을 합장하며 인사를 건넨다. 눈빛이 마주치자 수줍게 웃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았지만, 교감(交感)은 눈빛으로도 충분했다.
스리랑카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야채·바나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잇는다. 월 평균 수입은 1500루피. 한 달 내내 농사지은 돈으로 겨우 2만~3만원을 버는 셈이다. 현재 이랜드 직원 300여명이 이 지역 아동들과 결연을 맺어 한 달에 2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8년째 식수·의료·도로포장 등의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월드비전의 윤매영(28) 간사는 “열악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교육뿐이라는 신념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땡큐 코리아’라고 인사를 건넬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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