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소년·소녀 가장들 네덜란드로 "출발"
"우린 신사유람단", 물질보다 소중한 꿈 선물…
첫 해외견문 “추억 많이 만들래요”
신동흔기자 dhshin@chosun.com
입력 : 2004.11.08 18:29 42'
네덜란드로 가는 ‘청소년 신사유람단’이 떴다.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앞. 서울과 울산, 전남 무안, 경기도 안성, 제주도 등 전국에서 올라온 남녀 중·고등학생 8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이웃네트워크 참여기업인 KLM 네덜란드 항공사 초청으로 8일부터 12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한다. 헤이그 이준열사 묘역 등 우리 민족의 얼이 서린 곳과 고흐박물관, 풍차마을 등 네덜란드의 명소들을 돌아볼 예정이다. 유람단에 포함된 학생들은 지난달 한국복지재단과 조선일보사를 통해 선발됐다. 항공기 조종사, 만화가, 축구선수, 디자이너 등 어려운 가운데서도 무럭무럭 꿈을 키워가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들이다.
▲ 처음으로 해외 여행 기회를 갖게 된 소년소녀가장들이 8일 오전 서울을 출발하고 있다. / 이명원기자
난생 처음 가는 해외여행에, TV에서나 보았던 튤립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를 생각하며 며칠씩 잠을 설친 아이들의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학교 축구부에 속해 있는 최준성(김해농고1)군은 네덜란드 하면 히딩크 감독과 프로축구팀 아인트호벤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와 이영표 선수가 맨 먼저 떠오른다. 준성군은 “혹시 네덜란드 프로축구팀이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바빠서 안 되겠지?” 하며 미리 나눠준 일정표를 들고 혼자 중얼거렸다.
학생들은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이 네덜란드 사람이라거나 한때 네덜란드가 일본 등 아시아 여러 지역과 교류가 많았다는 내용에 관해 공부도 했다.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조안나(연희중3)양은 “영어권 국가에 가는 건 아니지만, 책으로만 배운 영어를 써 먹을 기회가 생겼다”며 즐거워했다.
여행 준비는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이현석(무안고1)군이 가장 꼼꼼히 했다. 현석군은 학교 도서관에서 네덜란드 관련 서적들을 찾아내 미리 읽었고, ‘여행 영어’류의 참고서적도 섭렵했다. 떠나기 전부터 “다들 처음 보는 아이들인데, 여행 기간 서로 서먹서먹하게 지내면 어쩌나”를 걱정할 정도. 현석군은 “그냥 눈으로만 둘러보고 올 게 아니라 뭔가를 남기기 위해 열심히 보고 듣고, 재미있게 지내다 올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박성경(전일중2)양은 일주일 가까이 엄마와 떨어져 있을 것이 더 걱정이다. 한편으론 마음이 설레지만, 혼자 계실 엄마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경양의 어머니 최귀순씨는 “우리 아이에게 너무 감사하고 좋은 기회”라면서 “성경이가 미술에 관심이 많은데, 마침 네덜란드에 유명한 미술관이 많다고 하니 참 잘 됐다”고 말했다.
KLM 곽호철 부지사장은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겐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값진 일일 것 같아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 힐튼호텔은 출국 전날 서울에서 하룻밤 묵을 숙소를 제공했고, 네덜란드에 머무는 동안의 호텔 비용은 네덜란드 관광청에서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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