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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9-01-29
제목   [길] 말기암을 넘는 '희망의 사진전(展)'

 [길] 말기암을 넘는 '희망의 사진전(展)'


박순찬 기자 ideachan@chosun.com


작년 9월 30일 새벽, 사진작가 이석주(29)씨는 복통으로 신촌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달려갔다. '링거나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씨에게 의사는 간암 4기, 3개월 시한부 선고를 했다. 홀어머니가 울음을 터트렸다.

대학병원 세 군데를 돌았지만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암이 번졌다"는 말만 들었다. 네 번째로 찾아간 서울 아산병원에서 간을 절반 넘게 잘라냈다. 이씨의 아버지는 이씨가 10살 때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다. 어머니 김유순(53)씨가 빌딩 청소부와 가사 도우미로 일해서 남매를 키웠다.

의정부시 경민대에 재학 중이던 2004년, 이씨는 무작정 스타 사진작가 조선희(여·38)씨에게 "사진을 배우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고, 6개월 뒤 조씨의 조수로 채용됐다.

2006년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하루에 필름을 10통씩 쓰며 습작 사진을 찍었다. 친구에게 카메라를 빌리고 친구들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며 필름 값을 벌었다. 2007년 5월, 그동안 모은 돈으로 홍익대 앞에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7만원짜리 작업실을 얻었다. 암 선고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1년 4개월 만의 일이었다.

작년 11월, 이씨는 간암 수술을 받은 배에 복대를 감은채 다음 달 9~22일 홍익대 앞의 한 카페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을 세웠다. 지난 3년 동안 찍은 눈 내리는 사진 가운데 40장을 추렸다. 그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기만 하고 살았다"며 "나도 남에게 뭔가 소중한 것을 되돌려 드리고 싶다"고 했다.

전시가 끝나는 다음 날인 2월 23일은 그의 29번째 생일이다. 이씨의 주치의 이승규(59·아산병원 외과 전문의) 교수는 "환자가 의지가 강해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며 "이 젊은이를 2년 뒤에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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