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마다 소외이웃 찾아 집수리 봉사
박갑철씨, 무엇이든 뚝딱 ‘박가이버’ 별명
건설사업관리 전문회사인 한미파슨스의 박갑철(50·성남 분당구 정자동) 부장은 주말이면 작은 공구통을 둘러메고 홀몸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이 사는 집을 찾는다. 흑백으로 나오는 컬러 텔레비전이나 물 새는 샤위기, 틀어진 문짝도 그의 손을 거치면 금세 멀쩡해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박가이버’다.
원래 전공은 전기 분야지만 10년째 봉사 순례를 하다 보니 이젠 웬만한 집수리는 못하는 게 없다. 도배는 물론 타일과 미장, 보일러 수리도 전문가 못지 않다. “사람 사는 집이 어디 전기만 말썽인가요? 이것저것 고치다 보니 자연스레 기술을 배운거죠.”
그는 10여년 전 우연히 꽃동네를 찾았다가 허름한 천막에 의지해 사는 이들을 보고 나서 ‘사랑의 집 고치기’에 나섰다. 그는 “처음에는 무작정 지역 자원봉사센터를 찾아 도울 만한 집을 소개받아 다녔다”며 “고장난 가전제품이 다시 윙하고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 다니던 대기업을 명예퇴직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집고치기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3년 전 지금의 직장으로 옮겨서는 회사 홈페이지에 ‘자원봉사 디아이와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자신의 집수리 경험과 작업 일지를 만들어 올렸다. 작업 일지에는 일반적인 가전·가구 수리법은 물론, 슬레이트 지붕얻기, 문의 쥐구멍 막기, 틀니 수리법 등 실제 저소득층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봉사 매뉴얼이 담겨 있다. 그는 “요즘은 현장 일이 바빠 한달에 한번 봉사 시간을 내기도 힘들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시설보수 자원봉사에 더 많은 이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4. 11. 12. 한겨레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