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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8-02-05
제목   '하늘 나라에서 어머니가 보내 온 선물'

 '하늘 나라에서 어머니가 보내 온 선물'
세계일보|기사입력 2008-02-05 11:01 |최종수정2008-02-05 11:17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00만원을 기탁하고 싶습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청 민원실에 뜻하지 않은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대현동에서 조그만 미장원을 운영하는 최영호, 윤순복씨 부부.

구청 담당 직원이 가게에 도착하자 이들 부부는 “어머니께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며 평소 차곡차곡 모아두신 것”이라며 2000만원이 든 봉투 하나를 꺼내놓았다.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듯한 빛바랜 누런 봉투였다.

최씨는 이 돈을 모은 어머니 김정인씨의 사연을 털어놨다.

“어머니께선 팔순잔치 대신 어려운 이웃을 초청해 하루라도 배불리 먹게 해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자녀들이 준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오셨죠.”

그러나 김 할머니는 팔순을 2년쯤 남겨둔 2006년 3월 불의의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가 팔순잔치 대신 바랬던 ‘나눔의 잔치’는 물거품이 된 것. 대신 최씨는 어머니의 뜻을 이어 20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기로 마음 먹었다.

구청직원들은 김 할머니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낡은 봉투를 보고는 '하늘나라에서 온 선물'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 부부도 이같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눔의 삶’을 체득했다. 구청 직원이 기탁한 성금에 대해 영수증을 떼어주려고 하자 최씨는 “여러 곳에 기부하고 있어서 소득공제용 영수증은 필요없다”며 거절했다. 최씨 부부가 기부하고 있는 단체는 홀트 아동 복지회, 한국 어린이 재단, 대전 평화의 마을 등 5군데나 된다.

최씨는 최근 큰 수술을 받았다. 이곳 저곳 돈 들어갈 곳도 많을텐데 남을 도울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궁금했다. “요즘 암수술이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안잖아요. 아껴서 조금씩 모으면 충분히 남을 도울수 있죠.”

성금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겠다는 기자에게 최씨는 “특별히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최씨 부부가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기탁한 2000만원은 서대문구에서 평소 끼니를 거르는 이웃과 결식아동 급식비, 저소득 아동·청소년의 수학여행 경비 등으로 배분해 쓰일 예정이다.

민진기 기자 jkmin@segye.com 블로그http://blog.segye.com/jk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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