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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7-03-10
제목
전신마비 엄마 16년째 간병하는 `딸부잣집`
전신마비 엄마 16년째 간병하는 `딸부잣집`
[파이미디어 2007.03.09 11:31:45]
딸이 아홉인 선화 씨 네는 동네에서 ‘딸 부잣집’으로 통한다. 그러나 딸만 부자일 뿐, 가정 형편은 부자가 아니었다. 부모는 서마지기 논농사부터 남의 집 일, 막노동까지 열심히 일을 했지만 살림은 늘 곤궁했다.
그래도 딸들이 사이좋게 어우러지며 자라는 통에 웃음소리가 자주 담장 밖을 넘나들었다. 1991년, 어머니가 갑자기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기 이전까지 말이다. 그나마 당시는 몸의 일부만 마비되었는데, 두 번째로 쓰러진 뒤에는 전신마비가 찾아왔다. 선화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이틀 째 되던 날이었다.
“언니는 직장 다니고 동생들은 어려서 어머니를 돌보고 살림할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왜 하필 나야’라고 소리치는 대신, 선화 씨는 그때부터 의식만 있을 뿐 말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어머니 바라지부터 농사일을 돕고 일곱 동생을 건사하는 일까지를 도맡아 했다.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져 1999년에 세상을 떠났다. 가장의 책무가 오롯이 선화 씨의 몫으로 남겨졌다. 농사일과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혼자서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어린아이가 되었고, 젖먹이인 막내를 포함해 동생들도 여전히 어리기만 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어떻게 살까 싶었어요. 그런데 사니까 또 살아지더라고요.”
그렇게 1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바로 밑 두 동생은 직장인이, 세 동생은 대학생이, 젖먹이 두 동생도 고등학생이 되었다. 무엇보다 딸들의 살뜰한 돌봄 덕분에 어머니가 아직도 아홉 딸들 곁에 살아있다.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딸들과 눈을 맞추며 그녀들의 기쁜 소식에 웃고, 슬픔에 같이 운다.
“고추 농사짓다가 드물게 큰 놈이 있으면 따다가 어머니께 보여드리며 자랑해요. 내가 이만큼 키웠다고요. 전에는 엄마가 키우시던 것인데... 그러면 보고 막 웃으세요. 그렇게 웃고 울기만 하셔도, 어머니가 옆에 계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자료제공 = 아산사회복지재단)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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