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에 함께한 재외동포 이은봉시
"호주서 한겨레 임산부 미담 기사읽고 매달 8만원 기부약속"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한인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사를 운영하는 이은봉(47)씨는 올해로 이민 10년째를 맞는다. 아이의 영어공부를 위해 한국을 떠났다가 지금은 이곳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나라에서 안정된 직장을 갖고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지만, 이씨는 다른 이민자들처럼 고향을 떠나 살아야 한다는 게 가장 견디기 힘든 점이다.
이씨는 지난달 초 인터넷을 통해 한국내 소식을 검색하다, 우연히 주부 정현수씨에 관한 기사(<한겨레> 8월6일치 2면)를 읽게 됐다. 30대 후반에 첫아이를 가진 정씨가 의사의 양수검사 권유를 거절하고 검사비용 50만원 전부를 기부금으로 냈다는 사연을 읽고, 그는 망설임 없이 아름다운재단 회원 가입을 결심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100오스트레일리아달러(한화 약 8만원 정도)를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이 돈을 고국의 가난한 이웃과 그들을 돕는 풀뿌리 단체들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
“세상과 이웃이 있으니 내가 있는 것이죠. 나의 재산, 명예, 건강 모두가 이웃이 없다면 어떻게 존재하겠습니까?”
내가 건강하고 부유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 내 이웃인데, 그들이 가난 때문에 밥을 굶는다면 당연히 먹을 것을 나눠줘야 한다는 게 이씨의 평소 생각이다.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수록, 다른 한편에서는 틀림없이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에서 이민 생활을 하다 보니 이곳 시민들의 기부문화가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민들은 잘 정착되고 제대로 운영되는 여러 분야의 사회단체와 다양한 통로를 통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한국을 벗어나 살면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한국인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어 안타깝다”며 “우리나라가 빨리 기부와 나눔의 선진국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향에 돌아가 살고 싶을 때도 많지만, 나이가 더 들면 의학을 공부하는 아들과 오지에 살고 있는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 무료 진료를 하며 사는 게 꿈입니다.”
04.09/09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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