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 할머니 장학금 5천만원 쾌척
[연합뉴스 2006.08.25 13:30:42]
(대구=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한쪽 종아리가 허벅지에 붙은 채 태어나 힘든 삶을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홀로 살며 10여년간 모은 5천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 사는 이계순(73.여)씨.
이씨는 28일 오후 서구청 사회복지과를 통해 서구 장학회에 장학금 5천만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씨가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지난 83년, 못다한 학업의 꿈을 자식같은 학생들이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그는 어린 시절 불편한 다리 때문에 멀리 떨어진 학교까지 통학할 수 없어 학업을 포기했다가 일제 말기 야학에서 시작한 늦공부마저 한국전쟁 발발로 그만둬야 했다.
이후 1950년대부터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행상 등 궂은 일을 하며 돈을 모은 끝에 생활은 안정됐지만 이씨의 시름은 가시지 않았다.
그 동안 자식 셋을 낳았지만 돌을 전후로 모두 숨졌고, 남편마저 30여년 전 병으로 보내고 만 것.
남편이 세상을 뜬 뒤 홀로 생활을 시작한 이 할머니는 모아 놓은 돈으로 83년부터 주변의 불우한 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23년째 생활형편이 어려운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 매년 1~2 차례씩 쌀 10포대와 장학금 100만원을 전달하고 있으며, 89년부터는 고향인 경북 칠곡군에 사는 학생들에게도 매년 100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지난 95년에는 대구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에 "복지관을 지어달라"며 80여평의 땅과 장학금 1억원을 기탁하는 등 많은 기부를 해왔지만 이웃들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선행을 베풀어왔다.
이씨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된 뒤 또다른 아이들에게 더 큰 도움을 주길 바란다"라면서 "80세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을 돕다가 이후엔 재산을 모두 기부하고 편히 쉬고 싶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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