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지역주민·교장선생님까지 후원 앞장 아픈 사연지닌 어린이들의 따뜻한 ‘등불’로
'우리이웃·삼성' 5차 지원 선정, 1840만원 '선물'
희망을 배우는 충남 아산시 인주공부방“우리 신유는 지난 기말시험에서 수학 만점을 받았어요!”
옆에 있던 공부방 황미숙 선생님이 김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일대일로 지도를 하기 때문에 성적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우리 공부방에는 신유처럼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넘쳐난답니다.” 선생님의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저도 4일 연속 받아쓰기 100점 받았어요!"초등학교 1학년 송성근(7)군도 이에 질세라 소리를 질렀다.
▲ 충남 아산시 인주공부방 어린이들이 ‘우리이웃·삼성’의 ‘희망의 공부방 만들기’
5차 지원 대상자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전재홍기자
이렇게 밝은 아이들이지만, 집안 형편을 듣고 보면 마음이 짠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성철(가명·9)군은 6년 전 부모님이 이혼한 후 아버지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아 얼굴에 멍이
들고 코피를 쏟는 일이 많았다. 박해성(가명·10)군은 형편이 어려워 점심을 굶는 일이
1주일에 2~3번은 됐다. 그렇지만 공부방을 다닌 후부터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명랑해졌다.
선뜻 “공부방 다니는 게 너무 좋아요”라고 외칠 정도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그 비결이 뭘까.
“공부방이 처음 만들어진 2001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애쓴 자원봉사자가
무척 많습니다. 이 지역 출신 대학생을 비롯해서 지역주민, 인근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까지
모두가 우리 공부방 후원자들입니다.”황 선생님은 가난 속에서도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고 있는 비결로
“지역주민의 관심과 사랑”을 첫손으로 꼽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방에 나와서 수학을 가르치는 아줌마
봉사자가 있는가 하면, 세탁소 주인아저씨는 공부방에서 집까지
40분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차량 봉사’를 하고 있다.
여름에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10만원씩 갹출해 캠프를 가라며 자금을 대기도 한다.
월 10만원씩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인주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이 공부방의 가장 열렬한 후원자다.
이날도 아이들은 삼성SDS에서 봉사를 나온 직원들로부터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었다.
고휘석(39) 과장은 “작년 3월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해 일주일에 한 번씩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며
“내가 아이들한테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성탄절에는 고맙다는 엽서를 20통이나 받았습니다.
공부방 아이들에게 선물도 나눠주고, 떡이랑 과일도 싸가지고 와서 파티를 벌였어요.
산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알차고 따뜻한 공부방을 만들어온 아이들과 선생님, 자원봉사자들에게
‘우리이웃·삼성’이 커다란 선물을 준비했다. ‘희망의 공부방 만들기’ 5차 지원 대상자로 선정,
총 1840여만원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비가 새서 얼룩져 있던 천장과 벽을 새로 칠하고, 하나로 트여있던 교실에 칸막이를 설치해 학년별
수업이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천장에 괸 빗물 때문에 감전의 위험이 있어 함부로 켤 수 없었던 전기도
다시 공사해 밝은 공부방으로 탈바꿈시킨다. 낡은 컴퓨터를 나눠 쓰는 아이들을 위해 최신형 컴퓨터 3대도 지원한다.
환하고 깨끗한 공부방을 얻게 됐다는 소식에 아이들은 깡총깡총 뛰며 좋아했다.
전성덕(9)군은 “무엇보다 컴퓨터 3대가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끼리 순서를 정해서 하루에 40분씩만 컴퓨터를 했는데, 이젠 친구들 눈치 안 보고 실컷 할 거예요!”
입력 : 2004.09.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