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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6-07-17
제목
한의원에서 미술치료 “마음의 보약부터 드세요”
한의원에서 미술치료 “마음의 보약부터 드세요”
» 밝은마음 한의원 강영복 원장(오른쪽)이 미술치료사인 부인 문선영(가운데), 유윤경씨와 미술치료 워크숍때 그린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 망원동 밝은마음 한의원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미술치료실. 지난 6월 개원할 때부터 한의원 안쪽에 따로 방을 만들었다. 3평 남짓한 이 방은 환자를 대하는 강영복(33) 원장의 마음이 담긴 곳이다.
“약이나 침으로 나을 수 있는 병도 있지만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우울증·공황장애·틱장애 등… 마음 다스리는 게 먼저
“예민한 제 성격도 달라졌어요”
강 원장은 우울증, 공황 장애, 틱 장애 등 마음과 관련이 있는 질병을 지닌 이들에게 미술치료를 권한다. 한의원 ‘영업’에는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그는 어떤 병은 침이나 약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는 있지만 마음을 어루만져야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고 믿는다. 그런 이유로 그는 많은 한의원에서 주요한 수익원이 되는 보약을 처방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전부터는 녹용도 약재로 쓰지 않고 있다. 보약을 원하는 이들이 찾아오면 그 돈으로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라고 권한다.
강 원장은 처음 한의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미술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침, 약, 뜸 대신 곧바로 이런 치료방식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침과 약을 생각하며 찾아온 이들은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증상을 호전시킨 뒤 자신에게 믿음이 생긴 사람에게 권하는 쪽으로 ‘작전’을 바꿨다.
미술치료는 그와 동문수학한 유윤경(37·사진 왼쪽)씨와 부인 문선영(31)씨 등 4명의 치료사가 맡아 환자가 편한 시간에 맞춰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 광고를 한 것도 아니어서 미술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이들은 아직 없다. 치료를 받은 이들도 아직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유씨는 “사람들이 몸이 마음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한의원의 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겠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원장이 미술치료를 알게 된 것은 친척의 소개로 미술치료사 박승숙씨를 알게 되면서였다. 지금은 편안한 이웃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박씨는 친한 사람과는 너무 잘 지내지만 그렇지 않는 이들은 다가가기도 힘든 “까칠까칠한” 성격을 가진 그에게 미술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집안 문제로 스트레스도 많을 때였다.
“한의사로서 자존심도 강했던 터라 미술을 통한 치료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박씨의 거듭된 권유에 미술치료를 받는 대신 배워보기로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개인 한의원 부원장으로 1년 반 가량 일했던 그는 공익근무요원 시절인 2003년부터 민예총 문화아카데미에서 미술심리치료과정을 다니며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론과 실습을 배웠다.
“우리 의학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미술치료가 마음을 치유하는 또 하나의 길임을 알게 됐습니다. 저 자신부터 편안해 졌구요. 그전에는 어깨에 스트레스라는 큰 짐을 지고 힘들게 살았다면 지금은 스트레스와 함께 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체험을 통해 강 원장은 병을 고치는 데 마음의 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다. 하지만 개원 때 미술치료실을 만들자 주위에서는 엉뚱한 짓을 한다고 놀리기도 했다고 한다. 좋은 시도라고 격려하는 한의사는 몇 명뿐이었다.
“미술치료 뿐 아니라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해 병이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습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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