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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6-07-02
제목
"전신마비 육신에도 손 끝의 희망은 살아 있다"
"전신마비 육신에도 손 끝의 희망은 살아 있다"
[노컷뉴스 2006-06-28 06:03]
전신마비 직업군인 이희영씨, 온 몸으로 그리는 희망의 그림으로 미술전 입상 결실
낡아서 바래진 벽지위에 걸린 제 7 공수여단 전역증.
늠름한 군인의 모습으로 찍힌 오래된 사진 한 장만이 전신마비로 침대에 누워있는 이희영씨의 14년 전 건강했던 모습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휴가때 친척의 병문안을 가던 중 당한 교통사고로 희영씨의 인생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다.
"어깨하고 팔 일부만 감각이 남아 있죠.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고요. 휴가 나왔다가 아버님처럼 여기던 외삼촌이 중풍으로 쓰러지셨다는 소식듣고 바로 주문진으로 넘어가다가 사고가 났죠"
그러나 이희영씨가 당한 사고는 희영씨의 것만은 아니었다. 4남매의 장남으로 고등학교 졸업 뒤 집안 사정으로 곧바로 직업군인의 길을 택해야만 했던 이희영씨. 그런 이희영씨에게 닥친 치명적인 장애는 집안 모두의 불행이었다.
희영씨의 어머니와 동생은 "죽는 줄 알았지. 처음 딱 보니까 죽는줄 알았어 기가 막혀가지고...처음 형님 딱 봤을때 아 이런일이 나한테도 일어나는구나 싶었습니다. 하늘이 노래지더라구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고 뒤 국군 병원에서 11개월. 그 뒤 의병전역을 하면서 전신마비의 희영씨가 자신이 평생 누워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은 어이없게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였다.
"제대한 뒤 치료받으면 나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저처럼 경추를 다친 환자들에 대해 방송하는 걸 봤는데 2~30년이 넘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걸 보고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 뒤에 책을 보고 여러가지 공부해보고 알았죠. 이제 일어나지 못한다는 걸"
그러나 불행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공상처리가 무엇인가도 잘 몰랐던 희영씨는 전역한 뒤에서야 국방부 등에 공상처리를 요구했다.
"국방부와 육군본부 국민고충위원회 등 여기저기 탄원서를 안내본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없더군요"
결국 희영씨가 바라던 공상처리는 휴가 중 당한 사고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사고 뒤 3년간 스스로가 폐인이었다고 기억할만큼 희영씨의 삶은 망가진 몸만큼이나 더욱 망가져 갔다.
"세상에 대한 원망, 가족에 대한 원망, 저 자신에 대한 원망 때문에 미치겠더라구요. 심지어는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욕하고 소리지르고, 말도 아니었습니다. 점점 더 폐인이 됐죠"
그런 희영씨에게 다시 찾아온 삶의 희망은 그림 그리기. 어깨와 팔 일부에 남아있는 감각으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이었던 그림그리기는 희영씨가 힘잃은 손으로 다시 삶의 끈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어 테니스 아대에 붓을 끼워 선 하나 긋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림이 제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제 전부다라고 답해야할 것 같네요. 절 수렁에서 건져줬으니까요. 또 제게 희망을 줬고 인생의 전환점을 다시 가져다 줬습니다."
연필과 스케치북. 선 긋기 하나부터 시작했던 그림 그리기. 불편한 몸 때문에 2시간 이상 그림을 그릴 수가 없지만 매일 악을 쓰며 하루 7∼8시간동안 작업에 몰두한 희영씨.
10여년간 팔에 붓을 끼워 어깨를 움직이며 그린 그의 그림은 '장애인 미술협회전' '또 하나의 밝은세상전' 등 미술전 입상의 결실을 맺었다.
그런 희영씨는 또다시 꿈을 꾼다. 그림을 통해 희망을 얻었다는 희영씨가 사는 곳은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희망리.
그림그리기를 통해 받은 희망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희영씨는 오는 9월 26일 예정된 강원도장애인미술협회 창립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어차피 살아남았으니 인간답게 살자"라는 생각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희영씨. 우리 모두에게 또다른 희망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어차피 살아남았으니 최소한 인간답게는 살아야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뭘 할까, 아니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춘천CBS 박현 기자 qscxaz@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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