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음 고운 그대가 진짜 스타
[뉴스메이커 2006-03-31 10:51]
김혜자, 차인표·신애라, 최수종·하희라 등 선행에 앞장서는 연예인 늘어
이젠 고인이 된 오드리 헵번을 비롯해 수전 서랜든, 미아 패로, 샤론 스톤, 안젤리나 졸리의 공통점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세계적 톱스타이면서 사회봉사활동에서도 두드러진 행보를 했다는 점이다. 곤경에 빠진 각국 어린이를 돕거나 에이즈 퇴치 및 에이즈 환자의 인권운동에 앞장서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들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적극 돕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스타 중에도 선행에 앞장서면서 타의 모범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딸 예은이를 입양한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최근 또 1억 원을 ‘한국컴패션’에 기탁했다. 자신이 홍보대사로 활동중인 이 단체를 통해 이미 필리핀, 중남미, 아프리카 등 10명의 어린이를 1대 1 결연을 맺어 후원하고 있는데 이번에 더 많은 아이들이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마음을 전달한 것이다. 한국컴패션에 따르면 개그우먼 송은이, 션·정혜영 부부 등도 지난해부터 3~6살 되는 빈곤 국가의 어린이와 결연,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책임지고 경제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이재룡·유호정 부부, 오연수·손지창 부부도 차인표·신애라 부부와 더불어 대표적인 연예인 부부 봉사단으로 손꼽힌다. 이중 차인표·신애라 부부와 최수종은 국내 결식아동 및 피학대아동 지원사업, 북한 및 해외 17개국에서 구호개발사업을 전개하는 ‘굿네이버스’ 홍보대사로도 왕성한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몸으로 하는 봉사에도 적극적
선행을 하고 있는 스타들의 상당수는 이처럼 NGO나 공익단체의 ‘친선대사’ 또는 ‘홍보대사’ 신분으로 활동을 한다. 국내 연예인의 경우 NGO 친선대사 활동의 효시는 1991년부터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일해온 김혜자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그동안 국내 태백 탄광촌을 비롯해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우간다, 인도, 아프가니스탄,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파키스탄 등을 방문,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의 참상을 국내에 알려왔다. 2004년에는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서 전세계를 다니며 활동한 내용을 담은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출간, 이후 10년간의 인세 전액을 월드비전에 기증키로 했다.
또 100명의 제 3세계 아동과 1대 1 결연을 맺어 후원하고 있으며 시에라리온에는 30 가정의 자립기반을 제공키 위한 ‘마담 킴스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월드비전의 한혜원 과장은 “김혜자씨의 경우 예순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파키스탄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곳에 직접 가겠다며 미리 의사를 전해올 정도로 전세계 불우한 아동들 돕기에 적극적”이라며 “당시 현장에 다녀와서는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탤런트 정애리의 봉사활동은 18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1989년 노량진 성로원 아기의 집과 인연을 맺은 이후 ‘생명의 전화’ ‘연탄은행-사랑의 밥상공동체’ ‘독거노인 주치의 맺어주기’ 등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줄곧 선행을 이어왔다. 2004년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로도 위촉된 그는 지난해 12월말에는 봉사일기 45편을 모은 그의 에세이집 ‘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의 인세 전액인 1억 원을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사업에 쓰라며 내놓기도 했다.
사회환원을 많이 하는 연예인으로 장나라와 문근영, 김장훈을 빼놓을 수 없다. 탤런트 겸 가수 장나라와 배우 문근영은 데뷔 직후부터 봉사와 선행을 생활화한 경우다. 장나라는 드라마와 공익광고 출연료, 콘서트 현장 모금 등을 통해 국내에서 18억1000만 원, 국외에서는 1억8000만 원 정도를 기부했다. 장나라는 2002년부터 지구촌 굶주린 이웃들에게 식량과 사랑을 전하는 국제단체 ‘기아대책’의 홍보대사로 활동중이다. 문근영은 매년 수천만원씩 1억 원 정도에 달하는 장학금을 ‘빛고을 장학재단’ 기금으로 기탁했고, 2004년 9월엔 엠파스와 원주밥상공동체와 함께 북한을 방문, 연탄 5만 장과 난로용품을 기증했다.
지난해에는 외할아버지이자 통일운동가인 류낙진옹의 부의금 전액인 5000만 원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에 기탁하기도 했다. 가수 김장훈은 무명시절이던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고 1998년부터는 경기도 부천시 ‘새 소망의 집’과 성남시의 결식아동 급식단체 ‘푸른학교’의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또 2001년엔 경기도 고양시 ‘청소년을 위한 교회’ 설립에 12억 원을 기부했다. 매 공연시 ‘장애우’를 위해 1%의 좌석을 비워놓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언론홍보 기대하는 이벤트 여전
배우 안성기와 디자이너 앙드레김은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의 친선대사로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성기는 기본 활동 외에도 정기 후원자를 자청, 매달 후원금을 기부할 뿐 아니라 TV프로그램 출연료, 영화제 상금 등도 수차례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앙드레 김은 지난 6년간 유니세프를 위한 10회 이상의 패션쇼를 열었으며 이를 위해 사재를 출연해왔다.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봉사단체 ‘따뜻한 사람들을 위한 모임(따사모)’도 있다. 2003년 친분이 있는 일부 연예인들이 뜻을 모아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결성된 모임이다. 정준호, 김원희, 김정은, 김유미, 안재욱, 김효진, 장동건, 장진영, 김선아, 조인성, 정선경, 김민선, 이훈, 차태현, 박선영, 에릭 등이 이 단체를 통해 사회환원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골프스타 최경주가 기아대책을 통해 뜻깊은 활동을 벌이고 있고 탤런트 고현정이 지난해 말 매년 연간수입의 1%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스타들의 이웃 돌보기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진정성이 담긴 이들의 아름다운 선행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부 연예인이 자신들의 이미지 변신 차원에서 일회성 또는 이벤트성으로 봉사나 기금을 기탁하는 것과 크게 대비되며 사회를 밝게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다. 기아대책의 최수영 간사는 “사실 단순히 언론 홍보를 기대하고 홍보대사직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일회성 후원에 그치는 연예인도 종종 있다”며 “장나라씨나 최경주씨처럼 마음에서 우러나 봉사활동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더욱 증가하기를 늘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NGO대학원 김운호 교수는 “연예인을 비롯한 국내 유명 스타 중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서는 이들은 여전히 전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들여 진정으로 사회봉사에 참여하게 될 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도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다만 한 가지 단서는, 연예인 등 유명인을 활용하는 NGO 등 공익단체들이 수익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투명하게 밝혀야 이들 단체에 대한 유명 스타나 일반인의 신뢰와 동참도 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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