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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04-08-27
제목
“사회첫발 축하금” 이웃사랑 선뜻
“사회첫발 축하금” 이웃사랑 선뜻
학교를 졸업한 뒤 얻은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 자신이 땀흘려 번 돈을 받아들었을 때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런 의미있는 돈을 몽땅 이웃을 위해 기부해 버린다면, 그 행복감은 몇 배나 커질까?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이우현(34)씨. 그는 대학에서 조경학과를 졸업한 뒤 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 늦깎이 신입생으로 입학한 영화감독 지망생이다. 2년전 영화공부를 마치고 틈틈이 영화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 참여해 오던 이씨는 지난 7월 한 영화제작사와 시나리오 집필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으로 받은 돈은 5백만원. 영화판에 뛰어든 뒤 처음 거머쥔 ‘목돈’이었다. 올해초 결혼해 조그만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아내에게도 이 돈은 작지 않은 선물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이 돈을 받아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생전에 두 분이 늘 제게 ‘직장에 들어가면 처음 번 돈은 꼭 좋은 일에 쓰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는 이 돈을 봉투째 장롱안에 보관해 놓고 며칠간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신세 진 가족·친구·이웃들에게 작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 걱정하던 아내의 얼굴도 떠올랐다. 하지만 아내와 상의한 끝에 결국 돈을 들고 아름다운재단을 찾았다.
“내가 번 돈이지만, 내 돈 같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쓰지 않고는 평생 마음에 걸릴 것 같기도 했구요.”
그는 아름다운재단에 5백만원을 맡기면서, 이 돈을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 지금은 맞벌이를 하는 아내의 수입까지 다 합쳐도 연간 2천만원이 넘지 않지만,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냐며 이씨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 돈은 이제 처음 사회에 발걸음을 디디면서 받은 축하금이라고 생각해요. 또 이제는 저도 사회에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가볍습니다.”
이씨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처럼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이 담긴 영화를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꿈이다.
04.8.25 글·사진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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