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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06-01-13
제목   장애할머니 손발 소년가장 ‘119대원 꿈’

 장애할머니 손발 소년가장 ‘119대원 꿈’
[파이미디어 2006.01.12 16:06:01]



장애인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가장 인수(18)에겐 ‘119구급대원’이 되고 싶은 이유가 있다.

“할머니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갈 때마다 119구급대원이 찾아와 병원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줘서 쉽게 치료받을 수 있었어요. 구급대원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고,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인수는 현재 부산 부경보건고등학교 응급구조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할머니에게 도움을 준 119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인수는 자신의 꿈을 일궈가고 있다.

인수의 부모는 모두 살아있지만 가족은 할머니뿐이다. 인수 어머니는 가정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인수를 할머니에게 맡겼고, 아버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5년 전부터 유랑생활을 하고 있다.

소아마비로 인해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아버지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했다. 10여년전 척추에 이상이 생겨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할머니는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해 재첩국 장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여섯 살이던 인수는 할머니를 따라 다니며 장사를 도왔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재첩국 실은 리어카도 밀며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었다.

“할머니께서 거동을 못 하신 후로는 단골손님에게 할머니가 집에서 끓인 재첩국을 포장해서 배달하는 일을 거들었어요. 할머니의 음식솜씨가 좋아 부산 전 지역은 물론 김해까지 배달했어요. 할머니 없이 혼자서 장사를 하려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인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할머니의 아침식사를 챙기고, 점심식사까지 차려놓고 등교한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 제일먼저 할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다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생활이지만 인수는 할머니와 영원히 함께 사는 게 소원이다.



지금 인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루 종일 답답한 방 안에서만 생활하는 할머니의 건강이다. 저녁을 먹고는 할머니를 업고 한두 시간 정도 집 근처를 산책하는 일이 인수의 일과였다. 인수의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한 단체에서 2004년 4월에 할머니가 타고 다닐 수 있는 휠체어를 선물해주었다.

“휠체어 덕분에 할머니와 저의 저녁 산책길이 조금은 편해졌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정말 기쁩니다.”

기쁨도 잠시, 그 후 동네 산책 중에 싸움을 말리다 할머니가 머리를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도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할머니의 병환이 점점 악화돼 가고 있다.

“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병원에서는 하루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하는데 할머니가 병원에 안 간다고 고집을 부려서 속상했어요. 돈보다 할머니 목숨이 중요하잖아요.”

힘겨운 상황에서도 인수는 할머니의 병수발은 물론 가장이 해야 하는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 사드리려고 바쁜 일과 중에도 틈만 나면 전단지 배포 바이트를 하러 다닌다.

인수를 2년 동안 지켜본 담임 선생님은 “인수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료를 제때, 제대로 받지 않아 할머니나 아버지처럼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있어 안타깝다”며 “인수가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아픈 경우가 많은데 하루빨리 큰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게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몸이 성치 않은데도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할머니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인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단다. “이제는 죽을 때가 됐나 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할머니의 말씀이 지금 인수에겐 가장 두려운 현실이다. (자료제공: 삼성복지재단)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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