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아 입양한 부부 `전 재산 털어 뒷바라지`
[파이미디어 2005.12.29 09:57:46]
건강한 아이조차 입양을 꺼리는 세태에 뇌성마비 장애아를 입양해 친자식처럼 돌보는 부부가 있다.
세 번의 유산으로 더 이상 아이를 갖기 어려웠던 서동수, 정정란씨 부부는 7년전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입양을 결정했던 부모에게서조차 연락이 끊긴 하은 (7)이를 입양했다. 하지만 백일이 지나도록 움직임이 둔하던 하은이는 생후 7개월 무렵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줄어든 신경을 펴주는 두 번의 대수술 받은 아이는 오른쪽 뇌에 손상을 입어 몸의 왼쪽이 모두 불편한 상태다. 엄마의 도움 없이는 여전히 혼자 옷을 입고 벗는 것조차 버거운 하은이 는 현재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됐다.
엄마 정정란씨가 하은이를 엄격하게 교육시킨 덕분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도 하은이 엄마처럼은 못한다”며 같은 장애아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도 정정란씨의 아이사랑은 유명할 정도다. 지금도 하은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4군데씩이나 되는 복지관을 매일 옮겨 다니며 치료를 받는다.
재활치료는 보통 1대 1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주일에 아이 한명 당 받을 수 있는 치료는 이틀에 걸쳐 30분씩 세 차례 정도. 정씨는 아이에게 재활치료를 매일 받게 하기 위해 동네 복지관부터 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사설 복지관까지 이동한다. 하은이의 일주일 시간표는 ‘복지관 순례’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처음에는 투정도 많이 부리고 울기도 많이 했어요. 이젠 하은이도 잘 따라주니 대견하죠. 비록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아이가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주눅 들지 말고 밝게 자랐으면….”
복지관 일과 말고도 하은이는 틈틈이 인라인 연습에 오후 수영연습까지 병행하고 있다. 아침 7시부터 움직이기 시작해 저녁 7시가 돼서야 하루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은이가 뇌성마비라는 걸 알게 된 7년 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모녀가 해온 일이다.
방을 온통 굴러다니며 자는 하은이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에, 아빠 서동수씨는 하은이에게 안방을 내준 지 오래다. 몸 불편한 딸에게 “딱히 해줄 게 없어 늘 미안하다”는 서씨는 백내장으로 한쪽 눈을 잃고 다른 한쪽 눈마저 좋지 않은 상태다. 서씨는 좋지 않은 몸으로 일감이 있을지 몰라 새벽 인력시장을 나간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은 평소보다 일거리가 더 없어요. 허탕치고 오는 날이 많습니다. 동사무소 직원을 조르고 졸라서 요즘은 쓰레기 분리 수거일을 하며 일당 2만원을 받는 일을 해요. 당분간 할 일이 있으니 다행이죠.”
하은이를 키우며 그간 세간도 많이 줄었다. 예전엔 소박하지만 살 집이 있었지만 이젠 영구임대아파트에 몸을 의지하는 신세가 됐다. 정부에서 얼마되지 않는 보조금이 나오지만 하은이 치료비며 식구들 생활비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아이의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쏟아 부은 서동수, 정정란씨 부부는 당장 생계가 걱정이어도 후회하진 않는다. 하은이는 이제 부부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희망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깊은 사랑을 전해줄 ‘하늘이 준 딸, 하은이’의 사연은 29일(목) KBS 1TV ‘피플 세상 속으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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