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1000만원 있으니 불우이웃 주시오"
얼굴 없는 독지가의 寒波 녹이는 6년간의 세밑 溫情
- 살맛나는세상
전주에서 얼굴 없는 독지가의 6년째 온정이 폭설과 한파로 얼어붙은 세밑을 녹였다. 전주 시민들에게 ‘전설’이 된 이 독지가는 올해 1000만원이 넘는 성금을 보내왔다.
지난 26일 정오를 조금 넘겨 전주시 노송동사무소에 30대 후반쯤의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동사무소 주차장 입구 화단에서 쇼핑백을 가져가라”고 말했다. 동 직원 전철균(51)씨가 수화기를 놓고 달려나가 들고 온 쇼핑백에는 100만원 뭉칫돈 10개(1000만원)와 동전 45만5180원으로 채워진 돼지저금통, 그리고 ‘올해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렸습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에게 전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메모지가 들어 있었다.
올해 노송동으로 통합되기 전까지 중노송2동에선 2000년 이후 세밑에만 다섯 번, 어린이날까지 합쳐 모두 여섯 번, 58만~544만원이 든 쇼핑백 등이 동사무소 공중전화박스 등에 놓여 있었다.
2000년 말과 2001년 말에는 각각 20대 후반 여성과 남자 어린이가 중노송2동 사무소 민원창구에 “불우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돼지저금통을 놓고 총총히 사라졌다. 올해까지 한 가족으로 추정되는 독지가들이 얼굴과 이름을 숨기고 보낸 성금은 모두 2520만9720원에 이른다.
한때 일부 언론사에선 100만원씩 묶는 ‘띠지’를 단서로 독지가를 찾아나서기도 했으나 실패했다. 정경옥(57) 노송동장은 “올해 중노송2동이 다른 3개동과 함께 노송동으로 통합되면서 어려운 이웃이 더 많아졌을 것으로 알고 큰 돈을 보내신 것 같다”며 “누를 끼칠까 주인공을 찾는 일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주=김창곤기자 cgkim@chosun.com
입력 : 2005.12.28 01:3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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