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년 전에 만난 인간문화재 고 김태희 선생 아래서 칠기공예를 전수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칠기공예를 통해서는
이렇다할 수입이 없다. 그는 막노동판에서 일한다. 병마에 시달리던 부모를 모시느라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혼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시고 생계도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나눔과 기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히려 제가 겪은
가난 덕분입니다.” 김씨는 지난해 기부를 시작할 당시 외국의 1인당 기부액이 20만~30만원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천~3천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넉넉한 사람들이 나눔에 관심을 갖는다면 더욱 따뜻한 사회가 될텐데 ….” 우리 사회에 나눔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자주 봐 왔다. “가난 속에서 투병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홀로 사는 노인들의 곁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불우한 어린이를 보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하죠.” 김씨는
막노동 일이 없는 때엔 틈틈이 나전칠기 공예품을 만든다. 그는 공예품을 대회에 출품하거나 모아 전시회를 열고 싶어한다. 본마음은,
이렇게 해서 수익금이 생기면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다.
“기부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든 노동에도 몸에 활력이 생겼습니다.
돈을 모아 노후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수입이 있는 날까지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부할 생각입니다.”
글·사진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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