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어시장 탐방기
소래포구는 수도권의 가장 유명한 젓갈 판매지이며 맛 집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포구는 자그마하고 조용한듯했으나 소래어시장에 들어가니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끌벅적 소란했다.
해산물을 구경하며 쭉 걸어가는데, 머릿속에는 먹고 싶다는 신호가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해산물을 먹는 것도 좋지만 잠시 참고, 많은 것을 보고 느끼려고 생각을 바꿨다. 시장은 양쪽으로 어물전이 쫙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펼쳐 있었는데 판매원들은 하나라도 더 팔려고 서로 경쟁하느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어떻게 보면 손님을 데려오기 위해 말을 잘 해야 하니 그야말로 심리전이라고도 생각됐다. “뱃자반 열 마리가 만원인데 사시면 한 마리 더 드려요. 싱싱한 갈치 열 마리 만원인데 두 마리 더 드려요. 이리오세요. 빨리 오세요. 소라도 있고 꽃게도 있고 광어 농어 있어요.” 귀가 따가울 정도로 외치며 우리를 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우린 아무것도 사지 않고 여기저기 많은 어물을 구경만하면서 연실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 하나같이 상기된 모습으로 조금 후에 먹을 맛집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맛집들 중에는 소래원조 아주머니가 지나가는 어떤 한 아주머니를 붙잡고 “장어 무한 리필!! 튀김도 드려요. 이리 들어오세요.” 라고 하는데 지나가는 아주머니는 싫다는 것처럼 힐끔힐끔 쳐다보고 그냥 가시는 것이었다.
우린 맛집을 지나 수인선 협계철교를 향해갔다. 옛날에는 기차가 다니던 철길이었는데 지금은 침목과 레일을 걷어내고 바닥과 난간이 안전하게 만들어져 누구나 건널 수 있게 해놓아 소래포구를 찾는 사람들은 이 철교를 명물다리라 부르며 꼭 건너보고 간다고 한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가면서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동생이 한명이 무섭다고 한발도 움직이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다른 동생이 등에 엎이라고 잡아당기니 그만 무섭다고 엉엉 울어 버리는 것이었다.
무서워서 펭귄 걷듯이 난간을 부둥켜 잡고 버둥버둥 걸어오는 모습을 사진으로도 찍고 나서 다리에서 벗어나니 동생은 ‘살았다’라고 표현했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바람은 기분 좋게 우리의 귓전을 스치며 지나갔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모두 즐거워했다. 그런데 왜 동생은 무서워할까? 아마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제까지는 눈이 즐거웠지만 우린 모두 배가 고파 있다. 입도 즐거워야하니 다시 소래원조식당에 갔다. 거기는 음식 값이 비쌌지만 비싼 값대로 그 맛이 환상적인 맛이었다. 나는 장어구이, 해삼, 조개, 홍합, 게장 등등 아주 맛있는 것들을 먹으며 이것이 돈의 위력이구나 하고 횡재 했다고 생각하며 먹었다. 그런데 옆에 계신 실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글쓰기로 따지면 서론이야! 라고 하셔서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본론으로 가니 입에서 살살 녹는 생선회와 얼큰하고 시원한 매운탕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념으로 우리가 먹은 맛집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다시 바다 쪽으로 내려가니 시커먼 펄 위에 바다갈매기가 노니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저쪽에서는 고기배가 도착하여 사람들이 우루루 가서 각자 맘에 드는 생선을 챙겨오고 있었다. 역시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삶의 터전이구나!’ 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젠 해도 서산에 걸려 있고 우린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 바삐 서둘렀다. 선생님께서는 여기까지 왔으니 빈손으로 간다는 것이 허전하니 싱싱한 해물과 밑반찬거리를 사가자고 하셨다. 물론 우리들은 대 찬성을 하였다. 짭짤한 새우젓, 조개젓, 뱃자반, 간장게장 그리고 싱싱한 낙지와 갈치를 사서 한사람이 한보따리씩 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까지 이곳저곳 많은 곳을 다니며 많은 것을 체험해 봤지만, 오늘처럼 느낌이 좋은 체험은 처음이다. 소래포구 어시장은 깨끗하고 잘 정돈된 대형마트는 아니지만 사람냄새 물신 풍기는 이른바 재래어시장의 그 모습은 우리들의 정서에 잘 맞는 시장이어서 더욱더 잊을 수 없는 체험이 되었다. 08. 02. 20 영등포공고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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