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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울타리 작성일  2010-08-23
제목   [사람과 이야기] [길] 은행 창구 '자투리 동전 모금함'에 30대 부부, 500만원 수표 넣고 사라져

 은행 창구 '자투리 동전 모금함'에 30대 부부, 500만원 수표 넣고 사라져

지난 16일 오후 4시 10분 광주 남구의 한 광주은행 지점. 마감시간이 갓 지나 정문 셔터는 내려진 뒤 쪽문만 열린 상태였고, 창구에는 아직 몇몇 고객들이 입출금을 하고 있었다. 이때 30대 후반의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쪽문으로 들어온 뒤 곧장 창구 한편의 '자투리 동전 모금함'으로 다가와 접은 종이쪽지를 넣었다.

"고객님, 거기는 동전 모금함인데요, 뭘 넣으세요?" 창구 쪽 여직원이 말을 건네자 부부는 당황한 듯 서둘러 은행을 빠져나갔다.


이들이 모금함에 종이를 집어넣은 걸로 생각하고 함을 열어 확인한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뜻밖에도 종이쪽지는 5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였다. 혹시 도난당한 수표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수표 발행은행에 조회한 결과, 이곳에서 멀지 않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당일 발행된 정상수표로 판명됐다.

은행측은 고객이 혹시 착오로 투입했다면 다시 찾으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표를 보관하고 있었으나 익명의 기부자는 나흘이 지나도록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은행은 순수한 뜻이 담긴 익명의 기부로 보고, 지난 20일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50만원 등 광주 남구지역 7개 사회복지시설에 기부금을 나눠 전달했다.

은행측은 "당시 기부자는 다른 일 처리를 하지 않고, 들어오자마자 모금함으로 와 수표를 넣은 뒤 곧장 사라졌기 때문에 신원을 전혀 알 수 없었다"며 "수표를 발행한 분을 확인할 수도 있었으나, 익명으로 기부하려 한 뜻을 존중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이름을 알아보진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점포 지점장 송모씨는 "지점 인근에 거주하는 노인과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려는 뜻을 담아 기부한 것 같다"며 "잠시나마 도난수표일 가능성 등 나쁜 생각을 한 것이 부끄럽고,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각박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shkim@chosun.com/ 입력 : 2010.08.2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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