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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시설장
작성일
200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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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후원자님! 안녕하십니까? 하늘이 무척 맑고 높아 보입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아 감동적이지만 쓸쓸한 이야기로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백만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2000년 최고의 화제작 '가시고기' 이야기죠. 백혈병에 걸려 입원중인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한 아버지는 신장을 팔기 위해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는 뜻밖에도 간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고 최후의 방법으로 각막 매매를 선택합니다. 아버지는 한쪽 눈을 빼낸 상태로 회복중인 아들을 이혼한 친모에게 보내면서 가슴아픈 이별을 하지요. 이 소설은 자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정작 자신은 소리 없이 죽어 가는 아버지의 아낌없는 부정(父情)을 바라보며 이 시대의 단면을 절절히 그려낸 소설 {가시고기}라 생각해 봅니다. "가시고기는 암컷이 알을 낳고 달아나면 수컷이 혼자 남아 알을 보호하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떠나 버리면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 버리는 물고기입니다."
버려진 아이들의 대모! 오클랜드에서 딸많은 아줌마로 소문난 이젬마씨(39)는 이러한 말을 합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때로는 화도 나고 짜증도 나 애들에게 푸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는 욕도 합니다. 상상하시겠지만 고만고만한 나이어린 계집아이 다섯을 키운다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 애들이 모두 잠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되면 그녀는 다시 "왜 애들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을 하곤 합니다."라는 말을 진솔하게 들려줍니다.
MBC 베스트극장 집으로 가는 길!
유흥업소 웨이터인 삼촌은 사채업자에게 빚을 지고 폭력배 일당에게 어린 조카와 쫓기면서 어릴적 자신을 교도소에 보낸 누나에 대한 원망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느 날 10년 간 소식이 없던 누나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그는 보상금에만 관심을 두고 어린 조카에게는 냉담하고 앵벌이까지 시키지만, 어린 조카는 하나뿐인 삼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열심히 구걸하지요.
그렇게 살면서 삼촌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순수한 아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차츰 깨달으면서 조카를 나이트클럽에 데리고 출근하게 됩니다. 마침 나이트클럽에 나온 사장부부가 죽은 자신의 아들과 너무도 닮아 양자 삼기를 원하지요. 삼촌과 이런저런 약속 끝에 아이는 나이트클럽 사장의 양자가 되면서 지금까지 누리지 못한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지만, 아이는 점점 심한 우울증으로 시들어 가면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혈육인 삼촌을 너무도 그리워합니다. 드디어 나이트클럽 사장은 아이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못해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사장은 어쩔 수 없는 듯 체념하고 아이의 삼촌을 찾아가 말합니다. 자신이 가진 부(富)의 조건으로 아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채워주려 했으나 결국 그런 것은 혈육을 그리워하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살 수는 없었다고 뼈아픈 사실을 말합니다.
아이는 하나뿐인 삼촌을 다시 만났고 이제서야 행복한 듯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지요. 이런 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그들이 두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은 하늘을 나르는 새들과 같았습니다. 다시 옛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조금은 궁색하겠지만 그들의 행복은 그 누구도 넘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계신 사례이지만 저의 입장과 흡사하여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지난 8월 말경에 두 아이가 20개월 동안 함께 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을 남기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 가게되었는데 한편으론 기쁜 일 이지만 너무나 허전하고 마음이 아파 이렇게 모두 쏟아보았습니다. 후원자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입니다. 하시는 일마다 많은 수확을 거두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2001. 9.5
시설장 임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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