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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시설장
작성일
200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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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과 사랑
정과 사랑
가정과 보모로부터 분리된 아이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을 꾸려 온지도 어언 7년여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다지 긴 세월은 아닌듯하나 그들에게서 많은 정과 사랑을 느끼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이란 것이 쌓여가는 것이다. 아이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그 고통스러운 가슴 아리를 함께하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가슴에 못이 되어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정이란 아주 질긴 것인데 점점 쌓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이라는 것이 일방적이 될 수 있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정만 가지고는 부족한 것이다. 정이 들면 그게 사랑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정은 그대로 좋아하는 것이지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들을 이해하고 또한 헌신하고 책임감이 바탕이 돼야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그 들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느라 가슴에 아픈 상처가 자리 잡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유난히 사랑을 갈구하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그 들의 사랑이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만 받고 자라도 모자랄 어린 나이에, 외로움을 너무나 일찍 알게 됐으니 얼마나 허전하겠는가? 그러므로 사랑이 없는 생활이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많이 쏟는다고 아이들이 꼭 올바르게 성장하지는 않는다. 한 송이의 꽃이 아름답게 피기 위해서는 적당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강약이 필요한 것이다. 아파하고 고민하면서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 때 그 사랑이 더욱 따뜻해지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아이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지나치게 사랑을 듬뿍 준다면, 아이는 사랑에 푹 빠져서 자기 손으로는 무엇 하나 할 수 없거나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가 없어진다. 따라서 그러한 사랑은 아이를 더욱 심약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자립정신을 갖고 스스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으로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어 '홀로 서기'를 연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성숙한 모습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스스로가 원치 않으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되고 마는 노릇이다. 그저 곁에서 지켜보고, 최선을 다하여 도와줄 뿐이지, 그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함께 아파하며 또 적지 않은 실망을 하며, 아이들과 나는 너무나 많은 정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글쎄 사랑도 정만큼이나 쌓였다고 하면 거짓이 될까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던 나는 낳은 정 못지않게 기른 정도 강하다고 본다.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신문기사를 읽어 본적이 있지만, 그만큼 자식교육은 어려운 것이 틀림없다.
가끔 가슴을 짓누르는 의문은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냉정하고 모질되게 야단을 친다. 그러면서 왜 그다지도 애착을 갖고 괴로워하는지 혹시 애정이 아니라 결벽증이 아닐까? 과연 내 가슴에 ‘정과 사랑이 공존하는가?’ 깊이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틀림없는 것은 그들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더욱 큰 것을 확인하곤 한다. 아마도 큰 꿈을 하나씩 키우게 하고 싶은 것이다. 꿈이 있는 생활은 고난을 이기는 용기를 주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힘을 주며, 유혹을 물리치는 의지와 절망을 박차고 넘어서는 기백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
2006. 05. 20
한울타리 시설장 임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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