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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시설장
작성일
200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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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들어 가는 아이
철들어 가는 아이
지난 한해동안 한울타리를 아껴주신 모든 후원자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어 마음 한구석은 서늘해지기도 하고 조급해 지기도 합니다. 항상 도움만 받는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죠. 그저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정도 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안개 속 같이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을 때도 있고 태풍이 몰아쳐서 정신을 가누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개인 날 아침처럼 해맑은 날도 있습니다. 아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라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저에게 해맑은 날이 찾아왔답니다. 얼마나 기쁜지 안에서나 밖에서나 보름달 같은 얼굴을 하고 다닙니다. 물론 행복해서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별것 있나요? 마음이 편하면 그것이 행복이죠. 웃음이 절로 나와 참을 수 없어 그냥 여기저기 다니며 자랑하고 광고를 퍼뜨리고 다닌답니다.
네.. 철들어 가는 아이 때문이죠. 어린나이에 이곳에 와서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으나 이젠 어엿한 고3이 되었죠. 자립시켜야할 때가 되어 가는데.. 어떻게 할까? 밤낮없이 걱정하면서 우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늘 염려하여 때로는 엄하게 다스리고 때로는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했죠. 온실 안에 식물이 갑자기 노지에 나가면 시들어 버리는 것처럼, 어린나이에 험악하고 모진 세상에 떠나보내려니 한없이 걱정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없이 연약한 줄만 알았던 이 아이는 요즘 회사에 나가 돈을 벌고 있답니다. 하늘의 별을 따고 있죠. 그것도 아주 큰 별을요! 앞으로 4개월 동안은 별을 많이 따 모을 것 같습니다. 졸업하기 전까진 모 건설회사에서 실습을 하게 된 거죠. 한달 받은 실습 비는 거금 일백사십삼만원을 받았고요. 아직 고3인데 얼마나 장하고 기특합니까?
서울 사무실에서 일주일, 현장에 나갈 때는 지방에 가서 일주일 이상 머물죠. 하루일이 끝나면 집에 전화하여 안부도 묻고 합니다. “별일 없지요.. 동생들이 늦도록 왜 안자고 그런대요.. 공부는 하나요.. 내일 또 전화 드릴게요.”저는 철들어 가는 이 아이가 하도 기특하여 흐뭇하게 바라보며 또 어릴 때의 일들을 회상하며 만감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회사 분들께 야식을 샀다고 합니다. 그동안 받아먹기만 해서 6천원어치 오뎅라면을 네 분에게 대접했다고 하네요. 그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 듯, 동생들 앞에 의젓한 모습도 보여주고요.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은행에 저축하고 있죠. 때가되면 이렇게 철이 드는데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 하였는지요. 지금 이 순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잠을 안 자도 피곤치 않는 것은 모두 철들어 가는 아이가 준 에너지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만난지 6-7년 만에 이렇게 마음이 편한 적은 처음입니다. 흐르는 시냇물처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근심걱정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왜냐하면 아이들 키우는 해법을 어느 정도 찾았으니까요. 양어깨를 짓누르던 통증이 어디론가 사라진 듯 마음이 홀가분하거든요. 솜털처럼 한없이 가볍고 행복합니다.
너무 자랑만하여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서요. 이런 모습 모두가 우리를 사랑하시고 도와주시는 후원자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를 잘 마무리 하시고, 희망찬 2006년 병술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울타리 시성장 임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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