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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시설장 작성일 20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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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정의 달 산책

가정의 달 산책



일년을 통해 오월은 기념할 날이 많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이날을 생각해 본다. 윤석중 선생님의 어린이날 노래에서 그렇듯 우리 어린이들은 새싹이며, 희망이며 미래의 등불인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늘 행복한 가정에서 씩씩하고 아름답게 자라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회는 빠르게 변화되고, 가족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까지도 변화 되고 있어, 이미 가정이 편안하고 쉴만한 공간이 되지 못함을 알게 된다. 가족이 늘 함께 모여 오순도순 사랑을 나눠야 하지만 그런 가정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한 가정이 행복해야 행복한 어린이가 나오고, 나아가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그 원천이 되는 것이지만 그런 가정이 점점 흔치않은 것이 오늘날의 실정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혼율의 급증은 많은 해체가정은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그로 인한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가출하거나 유기되어 거리를 방황하는 아동 또는 청소년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한 법인데, 무방비 상태로 방임되고 있어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여기서 가정의 달 오월을 맞이하여 우리는 가족구조가 이상적인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영위하기 위해선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과 믿음 그리고 격려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헌신적인 노력이 따라야 함이 물론이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을 영위하며 급변하는 사회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경제는 한없이 침체되는 반면 사회변화는 가속화되어 생계형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며, 그러면서 점점 사면초가 현상이 되어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은 무너지고 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상대는 누구인가?‥ 대부분 힘없는 노인이나 자녀들이다. 졸지에 그들은 방임되거나 유기된 채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가치관의 혼란과 정체성을 잃어가는 악순환을 겪는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가정의 달 오월을 보내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까?
지금 이 시간 KBS TV에선『현장르포 제3지대 100일간의 사랑 만들기』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가정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절박하고도 애절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너무도 안쓰럽고 우울해진다. 갓 태어나 버려진 영아, 일곱 살 된 여아, 세살정도 되는 남아가 동시에 아동일시보호소로 입소되고 있다. 엄마와의 이별을 아는지 세살짜리아이는 엄마의 등을 향해 너무도 애절하게 몸부림치며 발을 동동댄다. 이윽고 두 명의 아이가 또 보호소에 맡겨진다. 참아 바라보는 것조차 가슴이 저려온다. 시간이 지나면 계속 버려지는 아이들이 그곳에 맡겨지고, 이후 대규모시설 보육원에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런가하면 한울타리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은 참으로 선택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받고,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기탄없이 생활하고 있으니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나는 이번 어린이날에는 어떤 선물을 사줄까‥ 요즘 기분 좋은 고민을 하고 있다. 선물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며 기쁨을 얻는 것 같다.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아이들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상상하며, 살림살이가 다소 힘든 것은 사실이나 그런 것 따위를 별로 대단치 않게 여기며 선물준비에 온통 몰두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정령 아이들을 사랑하긴 하는구나! 하며 자신이 고맙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조건을 주면 무엇 하나‥ 자기 가정, 친부모가 아닌데… 그들은 “먹을 것이 없거나 잠을 잘 곳이 없어도 부모님께서 되려만 간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요.”라고 자기 소망을 말하기도 한다. 비록 고생을 할지라도 자기의 가정과 부모 슬하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가식 없는 표현에 그만 연민을 느낀다. 많은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그 작은 소망을 왜 그들은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그들은 이곳에서 1년을 살아도 10년 이상을 살며 성장하여도, 자기의 가정과 부모가 아니므로 다만 자기 집에 돌아갈 때까지 잠시 쉬었다가는 곳으로 여긴다. 이렇게 이들의 여행길은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아 늘 허전하고 무엇인가 기다려지는 것이 전부인 것이다. 사실 그들의 마음을 온통 지배하는 것은 오직 친가정이며 부모형제들인 것이다.

이와 같이 꿈에도 그리는 가정과 부모를 떠난 우리 아이들, 육체적 정서적으로 상처투성인 이들을 한울타리라는 대안가정을 통해 훌륭하고 반듯하게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피가 마르고 뼈가 녹는 듯한 고통을 뱉어내야 하는 것이다. 일찍이 그것이 기쁘고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님을 나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끔 힘들고 외로울 땐 스스로를 격려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기념할 날이 많고 훈훈한 풍경이 여기저기 그려지고 있어, 마치 꽃들의 속삭임처럼 아름답기도 하다. 어린이날이 있어 즐겁고 어버이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며 서로 속삭이듯 행복을 나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아이들도 어버이날엔 그냥 넘기지 않고 카네이션 한 송이를 꼭 내 가슴에 달아주고 있다. 눈물콧물 분별 못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이렇게 성장하여 어른스런 마음을 써주다니, 큰 감동과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선생님께선 혹시 소외되지 않을까 늘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시며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선생님의 각별한 보살핌이 있어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고 바람직한 학교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얘들아, 우리 얘기해 볼까? “지금 너희들이 있게 된 것은 오직 담임선생님의 큰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야! 결코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돼…”, 아이는 “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 찾아뵈려고 카네이션 몇 송이 주문해 놨어요. 시중에서 사려면 2천원인데 학교에선 1천원이면 살 수 있거든요.” 고3인 큰아이의 생각이다.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선생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철들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마음 놓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를 해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와 가정을 잃은 아이들은, 오지 않는 부모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애를 태우고, 가정과 자식으로부터 멀어진 외로운 노인은, 오직 창문만을 바라보며 찾지 않는 자식을 쓸쓸히 기다리고 있다. 짓궂은 세월의 무게로 새우등이 되어버린 백발노인의 근심어린 모습이나, 또 그와 같은 심정의 외로운 아이들을 생각할 때 오월, 가정의 달은 만감이 교차되며 더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2005년 5월 한울타리 시설장 임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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