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한울타리를 사랑하시는 후원자님들, "적과의 동침"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저는 그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엽기적의처증 환자와 그의 부인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영화로 결국에는 주인공이 적을 쓰러트린다는 이야기라 합니다.
사실 적과의 동침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라 볼수 없겠지요. 하지만 여기 또 다른 유형으로 적과의 동침하는 웃지 못할 답답한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참으로 기이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도대체 그 적이란 누구일까요?
그럼 혹시, 약국에서 일이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끈끈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요즘은 옛날처럼 끈끈이라는 것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실겁니다. 그것은 바로 쥐잡을 때 쓰는 끈적끈적한 쥐잡는 유인물을 말합니다.
쥐는 먹이와 물이 있고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장소이면 어디나 그들의 서식처가 되지요. 놈들은 주로 생활여건이 열악한 곳이면 비집고 들어와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하는 불청객들입니다. 주방이나 벽사이, 마루, 천장, 가구, 사무실 등 어디나 가리지 않고 틈새에 서식처를 만들어 놓고 자기들의 천국인양 활동하는 고약한놈들이죠.
이제 상상이 가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한울타리 가족들은 날이면 날마다 그 고약한 적들과 동침을 하고 있답니다. 찍~익 찍찍! 한밤중에 아이들은 잠자다가 놀라서 베개를 들고 뛰쳐나와 방에서 잘수 없다고 소란을 떨지요. 하지만 "왜 이렇게 소란이야, 쥐가 뭐가 무섭다고 그래!" 고작 이런식으로 대꾸하고 끈끈이를 놓아주고 안정시켜 주는 정도이죠.
그놈들은 무척이나 귀가 밝아 인적이 있으면 후다닥 도망쳤다가뾰죽한 턱과 송곳 같은 이빨을 내밀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백해무익한 우리들의 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적들은 벽 틈새에 기어들어 밤새도록 왔다갔다하며 오드득 오드득, 찌~익 찌~익, 위에서 쿵하고 떨어지는 등 가관이 아니죠.
벽을 마주보고 책상 앞에서 작업을 하려니 온몸이 오싹오싹, 머리털은 쭈삣쭈삣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에~잇 주먹으로 두어번 벽을 쾅쾅 치고 방구석에 있는 소파에 누어 있다가 잠이들엇죠. 이윽고 바스락바스락 이번엔 적들이 방구석에 있는 쓰레기통 안에서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앗! 너희 운명은 이제는 안녕(끝)할 때가 됐구나!!
망서릴 필요도 없이 숨을죽이며 적에게 바짝 접근했죠. 냉큼 쓰레기통의 비닐봉지를 움켜쥐니 그 속에는 두 마리의 적이 발버둥을 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살려줄수는 없죠. 그들과의 한판 싸움은 이렇게 통쾌한 승리로 끝난거죠.
이렇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여전히 적과의 전쟁은 계속되었고 놈들은 드디어 책상위까지 올라와 아이들의 과자를 훔처가는 무례함을 보이기까지 하네요. 그래 맞다, 바로 여기야!! 그 자리에 끈끈이를 또 올려놓고 한참이나 그들의 동태를 살피게 되었지요. 얼마나 지났을까? 찍~익 찍찍 쥐 세마리가 끈끈이 위에 바짝 붙어 살려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결국 과자를 훔쳐간도적들은 인정사정 없이 물리쳐 버렸죠. 염치도 없이 방안에 까지 들어오는 파렴치한 놈이니까요.
이제는 적이 아무리 설쳐대도 우리식구들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아요. 그냥 묵묵히 살아간 답니다. 그런가 하면 여름엔 찜통이고 겨울엔 냉동실이나 다름없는 열악한 이공간을 모두들 감사할 뿐 단 한번도 불평하지 않고 만족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는 어른인 저로서는 미안하고 걱정이 크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아! 요놈들이 오늘밤엔 염치가 없는지 조용한 게 이상하기까지 하네요. 다 멸종한 것도 아닐텐데... 아마 휴전인가? 아아 그게 아니라 천장에서부터 출동하는 신호가 오기 시작하는 군요. 역시 놈들은 우리들의 강적으로 오늘밤도 그들의 소탕전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2003. 어느 가을날/ 임은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