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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수미 작성일 200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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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충만한 하루를 위해서

충만한 하루를 위하여

살아가면서

생활을 꾸려나갈 돈을 생각하며 일하는 시간과 전혀 다른 종류의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하는 생각을 먼저 떠올립니다. 유니세프, 해비타트, 공부방, 캠프 등에서 오랜기간 봉사를 해 온 친구들을 보면서 그런 일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나를 보았습니다. 한울타리에서의 자원봉사 역시 제 생활에 경계를 긋는 벽을 허물어 보자는 동기에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꿈을 꾸면서 하루하루를 꿈에 다가서는 노력에 쓰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비록 그것이 혁명의 내일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늘을 충실히 사는 것 외에 우리에게 다른 대안은 없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크고 거창한 일에서 시작하는 것만은 아님을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한울타리에서는 제게는 너무도 낯선 아이들을 대한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을 대하는데 익숙하지 못했던 까닭에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들에게서는 다소간의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그런 어색함은 오히려 신선하기도 했는데 낯선 곳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그런 것인가 봅니다. 동년배와 어른들과의 사이에 흐르는, 지키는지 모르고 지키게 되는 편안한 대화 예절과는 다른 종류이지요. 학과목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모든 한국의 교사들을 괴롭히는 문제를 저도 몸소 느낀다는 것입니다. 결코 많은 인원이 아닌데도 각자의 필요에 따라 가르치기란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됩니다. 충분한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일주일에 한 차례 함께하는 시간에 아이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얻어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야지키 하야오가 아이들의 한 시간은 어른의 일년에 맞먹는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어린시절의 한나절은 어쩌면 그렇게도 길었는지, 까마득했던 일년은 어른이 되어갈수록 얼마나 짧아졌는지요. 짧기만 한 제 시간이 아이들의 긴 시간을 충만하게 채워주지 못할까 봐 늘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시간이 없어서 명상을 하지 못한다는 정치가에게 어느 노승이 충고를 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나무등걸과 물웅덩이로 뒤덮힌 산 길을, 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 걸어가면서 너무나 바빠서 눈에서 손을 뗄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군요.

한울타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제 삶에 명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졸
한울타리자원교사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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