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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진아 작성일 200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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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를 꼭 닮은 나...

엄마를 꼭 닮은 나...

어린 시절 큰언니서부터 막내딸인 나에게까지 우리 부모님들은 무언가를 크게 요구하신 적이 없었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면서 그들이 그 누구의 자식들보다 뛰어 나길 바라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그런 부모들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그래서인지 언니들이나 나는 큰 부담감 없이 자랐다. 아직도 철없는 내 생각엔, 오히려 언니들이나 내가 뭘 배우겠다고 돈을 달랠까봐 그것을 더 염려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자식들은 넷이나 되어서 학교에 보내는 것만도 벅찬데 학원 다닌다고 돈을 달래면 없는 살림이라도 안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 엄마가 내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편했다. 크면서 무엇을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부모님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책감과 실망에서 벗어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방황을 별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쁜 일도 저지르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언니들을 따라서 보고 배워왔다. 큰 기대나 만족시킬 만큼 그리 썩 훌륭한 아이는 안 되었어도 평범한 학생으로 자라왔고, 부모님들도 그런 내 모습을 그냥 받아줬던 것 같다.

그러나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도취되어 매일 술 먹고 12시에 집에 들어가고...

보다 못한 엄마가 "대학교 들어 갔으면 공부해서 장학금이나 탈것이지, 매일 술이나 마시고 밤늦게 돌아다니니 정신이 제대로 박혔니?"

살아오는 동안 엄마가 처음 주시는 질타와 요구 사항이었다. 난 당황스러웠고 더욱 더 늦게 다니고 엄마의 말씀을 무시했다. 나야말로 장학금을 타고 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다. 그러나 엄마의 그런 말이 귓전에 다시 들릴 적마다 그 말소리에서 벗어나려는 내 모습을 본다. 자꾸만 집에서 멀어져만 가는 내 자신을 말이다. 그러나 내게 내 가정과 집에서 멀어져 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기대가 없었던 부모님, 내게 자유를 느끼게 해 주었던 부모님은 오히려 자유라는 껍데기 속에 나를 묶고 있는 강한 끈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부담과 거부감을 딸이 느끼지 않게 해서 보이지 않는 부담을 두신 것이다.

내가 엄마를 이해하려고 시도를 한 적이 있었던가? 무능력한 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고생만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엄마 같이 살지 않을 테야"를 소리치던 나자신...

그러나 자식들을 넷이나, 그것도 딸자식만 넷이나 키우시면서 100번은 참고 기껏해야 한 번 정도만 울분을 토로하시는 우리 엄마의 저 깊은 마음 속 심정을 내가 알려고 따뜻이 다가앉아서 물었던 기억이 있는가? "엄마 같이 살지 않을 테야!" 라고 외쳤지만 나는 앞으로; 어느 순간에 엄마의 모습 그대로 살리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의 세상사는 모습은 모두 비슷비슷하듯이 시집간 언니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내 나이였을 때 언니도 "난 시집가면 엄마처럼 살지 않아"라고 했는데 역시 언니의 삶도 엄마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식을 키우느라고 동동거리며 사는 언니의 모습이 과거 우리들을 키우실 때의 엄마의 모습과 같다는 것을...

아침마다 수도 요금과 전기 요금, 또 전화세까지 엄마의 잔소리는 끊기질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난 그런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난 평생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엄마의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할 것이기 때문이다. ♬

명지대학교 영문과 4학년
한울타리자원교사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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