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한울타리 소식
  꿈나무들 이야기
  자원교사 이야기
  특별 기고
  시설장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시와 함께
  만화'휴머니멀'


Untitled Document
Home > 이야기마당 > 자원교사이야기

Untitled Document
글쓴이   황인택 작성일 2004-6-27
e-mail  
제목   한울타리 안에서

한울타리 안에서

내가 한울타리라는 곳을 알고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던 처음을 생각해 본다. 정말 그때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무작정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솔직히 많은 것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지만 한주 한주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매 시간마다 시작 전에 최소한 기도로 준비된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요즈음에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오느라 정신이 없다. 흘린 땀을 닦고 겉옷을 벗으면 수업을 곧바로 시작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분위기를 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 느꼈고‥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미안하다.

"오늘 왜 늦었어요?" 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타당한 변명(?)이 있음에도 말을 얼버무리는 나를 볼 때면 처음에 그 자신만만한 태도는 어디갔지 하며 머슥해 진다. '오늘은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며 나에게 어떻게 대할까'가 수업준비하는 것보다 더 긴장된다. 몸과 함께 훌쩍 마음까지 성장해버린 아이들이 내게는 낯설다.

나 어렸을 적에도 이랬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면 피식 웃어버린다. 친구같은 선생님, 부모같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삶의 체험을 통해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나를 대하기에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으면 친구처럼 다정다감하게 나가고싶지만 아이들은 훌쩍 커버린 나를 자신들의 친구로 대하기에는 아무래도 힘들어하는 것 같다. 역시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만큼 나도 그렇게 변해버린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내가 아이들과 지내면서 행복한 것은 내가 지금의 나이,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잊혀져버린 천진난만을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다는 데 있다. 아이들의 내면은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바깥으로 표현하는 것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것 자체가 즐거움이 되어버린다. 간식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물론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기분이 아이들처럼 순수해진다. 열심히 학교에서 지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 한울타리에 와서 부족한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감사한 것이 아닌가! 당연히 배가 고플 수밖에‥ 안에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거리낌없이 표출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순수하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쓰다 보니 많은 일화들이 떠오른다. 그중에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화를 내었던 일… 그 전까지는 아이들은 모두 지상의 천사라 생각해서 아이들 스스로 놔두면 자신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공부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안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진보주의 교육방식을 택했었는데 이론과 실제가 얼마나 많은 gap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마 이런 경험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화를 내고 나서는 너무나도 부족한 내 자신을 보며 얼마나 우울했는지 모른다. 정말 화만큼은 내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공부를 가르치면서 요즈음 겪고 있는 행복한 고민이 하나 있다. 의욕이 있는 아이들은 내가 말하는 것에 귀기울이고 내가 묻는 질문에 곧잘 대답을 한다. 그럴떄면 '이 맛에 교사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흥이 절로 난다. 아이들 관심이 항상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가 있을때면 너무나 행복하다. 그러나 공부에 의욕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될지 몰라 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때면 나로서는 마냥 행복해 질 수 없다. 이런게 가르치는 선생님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하고 자문해본다.

한 공동체 안에서 모두가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나갈 수는 없을까? 교육학과 학생으로서 직면해야 할 과제가 아닌 듯 싶다. 현재까지 뾰족한 방도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을 실제 현장에서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사실 나에게도 초등학교때 이런 공부모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영어의 붐이 일고 있어서 나 역시 중학교 들어가기전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때부터 영어를 중심으로 과외지도를 받았었다. 그 때는 초등학교 영어의 의무교육 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에 6학년 처음으로 본 영어단어를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에게 문법을 가르쳐야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웬만한 기초단어는 다 알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내게는 너무 신기하다.

다른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사회과목이 과연 아이들이 이해할 만큼의 내용인가이다. 아이들이 내가 가르치는 내용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이해하고 따라오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문제를 풀때면 별다른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귀기울이는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한 주의 수업이 끝날 때면 긴장했던 것이 한 번에 몰려온다. 학교에서 수업받을 때의 피로와 극도의 안도감이 몰려와 몸은 그야말로 느슨해지고 만다. 그래도 아이들의 수업을 끝내고 돌아올 때면 즐거이 찬송가를 부른다. 내가 잘했건 못했건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그 사실이 더욱 나를 즐겁게 하는 지 모른다.

한주 한주 한울타리 안에서 지내고 있는 동안 부족함이 많은 걸 매번 느낌과 동시에 참으로 지난날의 잊혀질 뻔한 과거가 되살아나고 현재의 나날들을 그분과 함께 한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행복하다. ♬

연세대학교 교육학과3학년
한울타리 자원교사 황인택 




  (우:120-836)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416번지 노블레스아파트 5층 501호
TEL : 02-325-5384 / FAX : 02-3141-8639 / 문의 : master@hanultari.or.kr
Copyright(c) 2004 HANULTARI. All right reseve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