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특수 올림픽(9.14∼9.15)을 다녀서..
올림픽이 있기 일주일 전 교육받으러 갔을 때는, 장애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소함'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이 화가 났습니다. 한때는 장애인 복지에도 관심이 있었고, 중학교 때까지는 나름대로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느새 모든 걸 잊어버리고 내 생활에만 젖어 살던 나 자신이 느끼기에는 조금 어리둥절했나 봅니다.
교육을 받을 때만해도, 정작 올림픽이 시작되면 장애인 친구들과 마구 어울려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상 1박 2일 자원봉사를 다녀온 지금은 그리 ‘마구 어울려 논’ 기억이 없습니다. 어쩌면 기회도 없었고, 어쩌면 내가 너무 소심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나름대로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마구 어울려 논’이야기 대신에, ‘내가 지켜본’ 이야기들을 위주로 쓰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려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축구 경기를 하는 장애인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불편한 몸으로 저렇게 잘 뛰려면 얼마나 노력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아주 사소한 사건이었습니다. 공을 차던 두 친구 중에 하나가 넘어졌는데, 그걸 본 상대편 친구가 공을 내버려두고 다른 친구를 일으켜주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넘어지면 일어나기 불편하듯이 저 친구도 일어나기 불편할거야’라는 사소한 공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정겨운 그 모습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저런 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걸 느끼게 해줬던 것은, 나와 달리 마구 어울려 놀았던 그들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당장 나의 ‘화이팅’과 그들의 ‘화이팅’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이가 다른 듯 느껴졌습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응원을 해서 용기를 잃지 않게 해야해-’라는 올림픽 전에 교육받은 대로의 생각이었다면, 그들의‘화이팅’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힘찬 화이팅이었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을 때, 내 자신의 ‘봉사’가 얼마나 알량한 치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드리블을 하는 친구들 앞에서 방향을 잡아주면서 허리를 굽히고 마구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달려와 덥석 안긴 아이를 꼭 안아주는 사람들이, 춤을 추는 친구 옆에서 그와 똑같이 춤을 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를 위해서 그 앞에서 뛰고 있는 아이의 엄마가, 전야제때 장애인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함께 헤드뱅을 하던 군인 아저씨가, 휠체어 재즈댄스를 멋지게 선보이는 학생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을 저렇게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저 아이들이 저렇게 맑게 자라나 보다’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마지막 기억하나. 장애인 동생을 돌봐주는 참 예쁜 ‘누나’를 만난 것이었습니다. 동생은 한 네다섯 살쯤 되어 보였고, 누나는 한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참 예쁜 여자아이였습니다. 아이가 기록을 하던 내 옆에서 서성대길래 가지고 있던 막대사탕을 하나 쥐어줬습니다. 옆에서 조그만 누나가 동생에게 ‘인사해야지-’하면서 아이를 붙들었습니다. 아이가 입에 비닐 채로 사탕을 넣자, 누나는 얼른 껍질을 벗겨서 동생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껍질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누나가 얼마나 어른스럽고 예뻐 보였는지 모릅니다. ‘자- 이건 누나 꺼-’하면서 나머지 사탕하나도 주었습니다. 누나는 다시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면서 입에 사탕을 뭅니다. 잠시 후 봤더니 아이는 사탕을 먹다가 책상 위에 팽개치고, 대신 음료 캔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고, 누나는 아이가 아까 책상 위에 팽개친 사탕을 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비가오기 시작하자, 누나는 아이를 천막 아래에 데려다 놓고 “여기 있어”라고 한 뒤 우산을 가지러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뛰어가면서도 연신 아이가 어딜 가지 않나 걱정이 되 돌아보는 누나를 보면서, 내 허리춤밖에 오지 않는 쪼그만 그 누나가 어찌나 어른스럽게 느껴지던지 참 예쁜 그 모습에 경기를 기록하는 것도 잠시 잊고 한참이나 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장애인 올림픽을 다녀와서 남길 수 있는 글은 순 ‘지켜본’ 이야기뿐입니다. 봉사한다고 온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만큼, 그곳에는 진짜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 같은 사람은 감히 할 수도 없을 만큼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꿈꿔봅니다. 나도 언젠가 저런 마음가짐으로 봉사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내년 올림픽 때는 좀 더 큰마음을 가지고 다시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
연세대학교 영문학과2학년
한울타리 자원교사 박지원 |
